"아토피 화장품으로 고친다?… 산업계만 배불리는 식약처"

피부과학회 서성준 회장 "치료시기 장기화 및 치료비 상승 이어질 것"…시행규칙 폐기 요구

기능성 화장품에 질병 이름을 포함하고 의학적 효과의 오인을 허용한 화장품법 시행규칙의 강행에 피부과의사들이 강력 반발했다.

대한피부과학회 서성준 회장<사진>은 12일 중앙대병원 지하 중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료계의 반대 속에 정부가 기능성 화장품에 아토피 등 질병 이름을 명시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시행했다"며 "이에 대해 전문가 단체인 피부과학회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지난 2017년 공표한 화장품법 시행규칙 개정령에는 기능성화장품 범위를 기존 5개 항목에서 △아토피성 피부로 인한 건조함 개선 △여드름성 피부로 인한 각질화, 건조함 방지 등 11개 항목으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대한피부과의사회는 시행규칙 개정 직후 "의학적 효과가 있는 것과 같은 오해를 줄 수 있으며 모법인 화장품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하위법령 개정"이라며 시행규칙 개정에 반대했지만, 식약처는 개정을 강행했다.

또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기능성화장품에 의학적 효능 및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인될 가능성이 큰 항목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바 있다.

서성준 회장은 "일반 소비자인 국민은 질병 이름을 표시한 화장품이 해당 질병에 의학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오인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화장품에 의존함으로써 치료시기를 놓여 질병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치료시기의 장기화 및 치료비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질병 이름과 의학적 효과를 표시한 화장품은 해당 질병에 효능을 가진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명목 아래 고가로 책정돼 소비자인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 회장은 식약처가 산업체의 일방적인 견해만 반영하고, 전문가단체와 불통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의 목표로 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는 것.

식약처는 2012년 9월 발행한 소비자 교육자료를 통해 화장품에는 의학적 효능, 효과 등이 있는 표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아토피, 여드름 등의 질병이 포함된 표현은 사용할 수 없다고 스스로 확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국회의 우려를 무력화시키면서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개정이 가능한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이를 개정했다는 것.

서 회장은 "그간 식약처를 여러차례 만났지만 화장품사들이 해외 수출하면서 선전화고 있으니 열어줘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식약처가 산업을 활성화시켜 주자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일은 산자부가 해야 할 일인데 식약처가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아토피라는 질병을 화장품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는 표현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 이에 대한 엄격한 책임은 식약처가 져야 한다"며 "여드름, 탈모, 아토피 등 질환군 같은 병명을 넣을 수 있는 나라가 몇 군데 없다. 이는 제품에 대해서는 어떤 나라도 효능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모법인 화장품법에 반하고, 판례에 위반되며 식약처 스스로 공언한 소비자 교육자료 내용과도 모순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강행한 것은 식약처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최선을 다할 의지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은 무척 심한 증상을 보인다. 그런 환자들을 매일 보는 전문가 단체가 아토피 기능성화장품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보습만 해준다고 해서 증상이 개선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보습력이 뛰어난 것을 바를수록 자극이 된다. 제품이 허가되면 오히려 아토피피부염환자들에게 큰 피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 회장은 "향후에도 학회는 식약처장 면담을 다시 요구하며 국민의 건강과 경제적 부담에 역행하는 화장품법 시행규칙을 폐기하고, 국민을 위한 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등 전문가 단체는 식약처장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국민을 위한 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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