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한평생을 살다 보면 여러 인연들이 생겨난다. 그 중에서도 나는 김수한 전 의장을 좋아한다. 내가 정치를 하지는 않았지만 배우자나 자녀들을 통해서 정치인과 사귄 적이 있다.
지금은 작고했지만 당시 국회의원으로 있었던 김수한 의장의 부인인 신금호 여사가 어느 날 나를 찾아왔다. 여의사였던 여사는 의료에 종사하진 않았지만 보건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남편이 국회의원이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보건학 석사가 됐다.
몇 해 후 신금호 여사가 따님과 함께 다시 나를 찾아왔다. 따님 역시 보건학을 공부하겠다고 했다. 자연과학을 공부한 그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보건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환경보건학을 전공하게 됐다.
이홍근 교수가 지도교수가 되고 난 신금호 여사와의 관계 때문에 보건학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일을 보살펴 줬다. 보건학 석사가 된 후 의사와 결혼해서 더욱 관계는 두터워졌다. 환경보건학으로 보건학 석사를 받은 후에는 단국대학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내 경험에 의하면 아버지가 유명한 사람은 부모덕으로 별로 두각을 나타내지 않고 편안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 노력해서 부모보다 더욱 우수한 성적을 내는 경우도 있다. 김귀향 박사는 후자에 속한다.
김수한 의원의 지역구가 관악구라 자연스레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관악구는 서울대학교가 있어서 서울대학교와 관계있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인 이해찬 의원도 관악구 출신 의원이었다. 맹자에 보면 새로운 어른을 만나면 반드시 폐백을 올린다는 얘기가 있다. 신금호 여사도 명절이면 거의 빠지지 않고 선물을 가지고 나를 찾았다. 혼인 중매도 해주려고 했지만 벌써 혼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성사하지는 못했다.
김귀향 박사는 유명한 부모님 덕분으로 편하게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구열이 높아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도 장학금을 받았고 졸업 후 얼마 되지 않아 단국대학에서 이학박사 학위도 받았다.
돌이켜보니 참 좋은 인연이었던 것 같다. 김귀향 박사는 그 후 국립보건원에 취직해서 보건 분야에서도 많은 활동을 했다. 사람이 착하고 정직하며 아래위로 예의를 깍듯이 지키는 김귀향 박사가 잘 되기를 바란다. 보건학과 관련해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으면 좋겠다. 김수한 전 의장도 연부역강하셔서 우리나라 국정에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신금호 여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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