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에서의 1년, 소중한 경험을 회상하며

기고/ UHS 힘찬 관절·척추센터 박승준 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

열사의 땅, 중동으로 온지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가 정착한 아랍에미리트(UAE)는 두바이, 아부다비, 샤르자 등 7개 도시국가로 구성된 연방 국가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지역은 해외취업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여있어 외국인에게 비교적 관대하고 비자조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분야는 특히 유망한 직업군으로 꼽힌다. 고소득 수준에 걸맞게 두바이나 아부다비 지역에는 시설 좋은 병원이 많이 있고, 의료수가 또한 높지만 의료인력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부평힘찬병원의 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완벽한 의사소통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하면 “한국의 의료수준은 정말 높다. 우리나라에도 한국 의사들이 진료와 수술을 해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며 환자들은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한다. 또 해외학회에 참석해 보면 한국 의사들의 발표수준은 단연 한 수 위임을 느낀다. 진료든, 수술이든, 연구든 한국 의사들은 선진국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음을 자부한다.
 
일련의 경험을 통해 몇 년 전부터 해외의료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병원 내에 자체 국제의료협력팀을 꾸리고 해외사업의 첫 발을 내디디게 됐다. 해외환자를 유치하면서 국제 감각을 키우고, 현지 박람회 등을 통해 해외환자들을 상담하고, 한국 의료를 알리면서 남다른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좀 더 욕심을 내 현지에 직접 진출을 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

지난해 6월 샤르자대학병원과 '힘찬 관절·척추센터 개소'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그 해 11월 센터를 성공적으로 개소해 환자를 맞기 시작했다. 대학병원의 원내원 형태으로 독자운영하는 방식이다.

센터는 개소 3개월 만에 매출 흑자로 전환하고, 5개월 만에 누적 외래환자수가 3천 명을 돌파하는 등 환자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순항 중에 있다. 특히 10월 현재까지 총 수술건수 200례, 주사 등 비수술 시술건수 1500례를 달성함으로써 병원 내 센터 중 가장 많은 수술을 시행해 주목받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중동행을 결정하기 전까지 문화나 언어 등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여기 와서 직접 겪어보니 쓸데 없는 기우였다는 걸 느낀다. 

중동은 보수적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아랍 문화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기본적인 에티켓만 지킨다면 전혀 불편함이 없다. 거주인의 약 90%가 외국인이니만큼 각자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있다. 여성이나 옷차림에 대한 차별도 물론 없다. 지난 일 년 동안 환자를 진료하면서 느낀 점은 자신을 성심껏 치료해 주는 의료진에게 존경과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나라를 가릴 것 없이 인지상정이라는 것이다.
 
언어는 통상적으로 아랍어를 쓰지만 업무나 일상생활은 주로 영어로 소통하면 된다. 외국인이 워낙 많아서 영어가 유창하지 않아도 개의치 않는다. 병원에서 환자,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영어만 구사할 수 있다면 크게 지장은 없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는 높은 의료수가로 인해 직접 관리해야 하는 환자수가 많지 않다. ‘1시간 대기, 5분 진료’라는 한국의 대학병원 진료환경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는 근무 시에 의료진이 받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덜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숙소, 차량, 급여 등 업무 외적인 문제에 신경 쓰지 않고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이 마련돼 개인적으로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해외병원으로의 취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고 싶은 나라, 병원의 규모와 인지도, 현지 생활 수준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익숙한 환경을 벗어 던질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1년을 반추해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고, 보고, 느끼고, 얻은 소중한 경험들로 점철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오늘도 사막을 가로질러 출근하며 이곳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더 넓은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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