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식사일기를 쓰라고요?”
지방흡입을 받으러 내원하는 의료소비자들은 흔히 수술만 받으면 모든 다이어트 과정이 끝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같은 기대감을 와장창 무너뜨린다. 적어도 수술 후 수회 이뤄지는 사후관리를 마칠 때까지 ‘비만해지는 습관’을 지워 나가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를 위한 첫걸음이 ‘식사일기’다.
지방흡입은 분명 효과적인 체형교정 수술이다. 허벅지·복부·팔뚝 등의 과도한 지방을 제거함으로써 사이즈를 크게 줄여준다. 현존하는 비만 치료법 중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원하는 몸매를 만들어주는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지방흡입 후 날씬해져서 행복한 기분을 오래 유지하려면 약간의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필요하다. 수술로 체형을 예쁘게 만들어도 비만을 만드는 습관을 유지한다면, 지방세포가 다시 커지면서 살이 붙을 수 있다.
물론 수술받은 부위는 지방세포가 빠져나간 만큼 지방흡입수술 전에 비해 살이 찌지 않는다. 단, 일정 수준 이상으로 체중이 늘어나면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져 통통해질 수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수술받지 않은 부위는 여전히 살이 찔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필자는 지방흡입을 받은 뒤 의료소비자에게 ‘식서일기 작성’부터 권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자신이 평소 얼마나 먹고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식단조절에 나서게 된다.
다이어터 중에는 식사일기 작성을 꽤 번거로워하는 사람이 많다. 먹을 때마다 단순히 무엇을 언제 얼만큼 먹었는지 기입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식습관과 마주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다이어터들은 자신의 식습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이 살이 찌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식단을 일기로 작성함으로써 ‘진짜 내 습관’에 대해 살필 수 있다.
다이어트 일기를 꾸준히 쓰는 사람은 쓰지 않은 사람보다 체중을 2배나 더 줄일 수 있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비만·과체중 25세 이상 남녀 1685명에게 20주 동안 식단조절·운동에 나서도록 했다. 연구 결과 똑같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식사일기를 열심히 쓴 사람일수록 체중을 더 많이 줄여 눈길을 끌었다. 식사일기를 1주일에 6번 이상 쓴 사람은 20주간 평균 8kg을 감량했다. 반면 이를 쓰지 않은 사람은 평균 4kg 감량에 그쳤다. 연구팀은 식단일기 기입을 통해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행동이 체중감량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귀찮은 식사일기를 가장 간단하게 작성하는 방법은 ‘사진찍기’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게 가장 빠르고 솔직한 기록이 된다. 이후 섭취 시간, 섭취한 양, 섭취한 음식의 영양소 비율 등을 정리해서 보면 문제가 보인다.
다이어터들은 기록을 통해 놀란다. ‘내가 생각보다 많이 먹고 있구나’, ‘물은 거의 마시지 않는구나’,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을 이어가고 있구나’ 반성하게 된다.
단, 식사일기는 지방흡입 후 적어도 21일 이상 이어가야 한다. 이는 미국 의학박사 맥스웰 몰츠의 ‘21일의 법칙’에서 기인한 말이다. 그는 뇌가 습관을 각인하는 데에 21일이 걸린다고 주장한다.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우선 좋은 습관을 3주간 이어나가자. 습관을 패턴화하는 것만으로도 요요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후 날씬한 몸매는 물론 건강증진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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