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둔 지원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집에서 온라인 수업만 해오다 3개월 만에 첫 등교 후 집에 돌아온 아이의 첫 마디가 ‘엄마, 내 키가 제일 작아’였기 때문이다. 아이가 11월생이라 또래보다 작은 건 알았지만 막상 아이의 말을 들으니 걱정이 됐다. 지원 씨는 요즘 아이를 데리고 성장클리닉에 다닌다.
서지영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장판이 닫힌 이후에는 성장호르몬 치료도 효과가 없다. 성장호르몬은 1년 이상 투여해야 키에 대한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성장판이 충분히 남아 있는지 확인 후에 투여해야 한다. 단 성장호르몬 주사 시행 전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성장호르몬 분비에 장애가 있다면 만 4살 이후로 시도해 볼 수 있다. 가능하다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 또래와 키를 비슷하게 키워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키 작은 아이, 100명 중 앞에서 3번째 미만
‘키 작은 아이’의 기준은 같은 나이와 성별을 가진 어린이의 평균 신장보다 3백분위 수 미만에 속하는 경우다. 다시 말해 또래 100명 중 키순서가 앞에서 3번째 안에 속하면 저신장에 해당한다. 가족성 저신장, 체질성 성장지연이라면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이땐 유전적으로 부모로부터 받은 최종키 가능 범위를 확인해 보자. 부모 키를 합해 남아는 13을 더해 2로 나누고 여아는 13을 빼서 2로 나누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아빠(178cm) 엄마(164cm)일 경우 딸 예상키는 (178+164)-6.5/2=164.5cm 아들은 (178+164)+6.5/2=177.5cm가 된다. 다만 유전적인 요인을 계산하는데 이용될 뿐 실제 자녀의 예측 키를 의미하진 않는다. 부모가 작다고 해서 자녀가 모두 작은 것은 아니라는 뜻. 실제 예상키는 X-ray를 통해 뼈 나이(성장판)를 고려해봐야 한다.
저신장증 자가진단법은 다음과 같다. △연간 성장 속도가 4cm 미만으로 자랄 때 △또래 평균 키보다 10cm 이상 작을 때 △지속적으로 반에서 키 번호가 1~2번일 때 △잘 자라다가 갑자기 성장 속도가 줄어들 때 △키가 잘 자라지 않으면서 매우 피곤하거나, 두통, 시력 감소가 있을 때 등이다.
◇성장판 충분히 남아 있다면 성장호르몬 치료 권장
뼈 나이 검사는 양손 뼈마디 성장판 간격을 통해 확인한다. 성장판 간격이 벌어져 있다면 성장판이 열려 있어 성장의 여지가 있다. 성장클리닉에서 키 성장을 위한 대표적인 치료법은 성장호르몬 주사다. 단 성장판이 닫힌 이후에는 성장호르몬 치료도 효과가 없고, 성장호르몬 1년 이상 투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성장판이 충분히 남아 있는지 확인 후에 투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성장 단계는 △성인 신장의 25%까지 성장하는 급성장기(1~2세) △성장호르몬에 의해 성장하는 성장기(3~12세) △성장호르몬+성호르몬에 의해 성장하는 제2급성장기(13~16세)로 나뉜다. 제2급성장기 땐 남아가 25~30cm, 여아가 20~25cm까지 성장한다.
체질적 성장지연으로 사춘기가 늦게 오거나 성선기능저하증이 있는 경우 키가 늦게까지 크지만 보통 남자는 만 16~17세, 여자는 만 14~15세에 성장이 종료된다.
◇성장호르몬 치료 전 가족력 확인도 필수
유전적 저신장, 체질성 성장지연인 아이들은 성장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아니므로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 없다. 그러나 간혹 너무 작아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이 본인이 치료를 원한다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따라서 성장호르몬 분비 장애가 없는 아이라면 본인이 의사 표현을 잘 할 수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
물론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관절통, 피부 점 크기 증가, 얼굴 부종, 혈당증가, 고관절 탈구, 두통, 혈압 증가, 가성 뇌 부종 등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갑상선 질환이나 당뇨병이 많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유전질환 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 두통은 주로 터너증후군 환아에서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혈병이나 종양의 발생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유전적으로 백혈병이나 종양 발생이 많은 가족력이 있다면 맞지 않는 것이 좋다.
◇숙면 방해하는 만성질환, 키 성장에 악영향
키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유전 이외에도 질병, 영양섭취, 수면, 스트레스, 운동 등 다양하다. 질병 요인으로는 △호르몬 이상 △골격계 이상 △만성질환이 있다. 호르몬 이상 질환은 성장호르몬 결핍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쿠싱증후군, 성조숙증 등이다.
측만증이나 골단 이형성증을 포함하는 다양한 골격계 이상 증후군도 있지만 드물게 나타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키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만성 장 질환, 천식, 알러지, 아토피 등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면 영양섭취나 숙면에 방해가 되면서 성장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숙면은 성장호르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수면시간은 일찍 자는 것보다는 깊은 잠을 푹 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성장호르몬 분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숙면이 중요하다.
잠이 오지 않는 아이를 일찍 재우기보다 깊게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모가 늦게까지 TV를 보느라 불을 켜 놓는다거나, 아이가 잠드는 방에 컴퓨터를 둬 수면시간에 다른 것에 유혹을 받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의 잠자리는 어디까지나 잠을 잘 수 있는 온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성장보조제보다 적당한 운동과 영양섭취가 중요
적당한 운동은 성장판과 골격을 자극하여 성장호르몬 분비를 돕는다. 신체의 근육, 뼈, 인대도 튼튼하게 해준다. 단, 무거운 것을 드는 동작이나 관절에 무리를 주는 운동은 피하고, 아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억지로 시키거나 의무감으로 하는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 시간은 90분 이상 지나치게 지속하는 것은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집중력이 떨어져 다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하루에 30분 이상, 주 5회 이상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과학적으로 먹어서 키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인정받은 제품이나 약은 없다. 대부분의 성장보조제는 비타민 또는 무기질 성분이다. 평소 아이가 영양 상태가 불량해 이러한 성분에 부족증이 염려되는 경우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간혹 성분이 불분명하거나 호르몬을 포함하는 약제가 섞인 제품은 성호르몬을 증가시켜 일시적으로 키가 크는 것처럼 보이나 결국 성장판이 빨리 닫히게 해서 최종적으로는 키를 작게 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우유도 지나치게 많은 섭취보다 400cc 정도, 하루 2잔 정도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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