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건강식품이나 생활 습관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김치가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으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영국의 매체 더 썬(The Sun)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 장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진이 국가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발효된 배추, 즉 ‘김치’를 주로 먹는 식생활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부스케 교수는 국제학술지 Clinical and Translational Allergy)에 게재된 관련 논문에서 ‘김치’라는 특정 단어를 기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인들이 먹는 발효 배추와 독일인들이 먹는 사워크라우트(Sauerkraut·절인 배추로 일종의 독일식 김치)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스케 교수는 "식습관은 몸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도록 하는 면역 작용을 활성화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연구 결과 발표 이후로 나도 식습관을 완전히 바꿨으며, 생배추를 주 3회 섭취하고 사워크라우트는 주 1회, 절인 야채와 Kefir(양젖을 발효시킨 음료)를 아침마다 먹고 있다"고 말했다.
K팝과 함께 K-푸드 인식 점점 고조
코트라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에서 김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은 미국 내 김치 판매 급증에 대해 WHO 전문가의 발효 배추 섭취 권장 발표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산 김치의 대미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미국으로의 김치 수출액 누계는 113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김치 수출액 누계는 7470만달러,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44.3%였다.
미국 디트로이트무역관 황주영 연구원은 "시장조사기관 Statista가 2019년 발표한 ‘한국 음식의 미국 내 인기도 조사 통계’에 따르면 500명의 응답자(연령대 15~59세) 중 ‘매우 인기있다’는 응답이 37.2%, 인기 없음은 6.8%로 한국 음식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종가집 김치로 잘 알려진 대상 그룹 관계자는 KOTRA 디트로이트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인기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도 K-푸드인 김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매년 약 10%씩 증가해 왔다"고 김치의 인기를 뒷받침했다.
2018년부터 2020년 1월에서 5월 사이 한국의 김치용 절인 배추 국가별 수출 동향을 보면 미국이 수출국 2위다. 2020년 1월에서 5월 수출액은 1207만7213달러로 전년 동기 840만973달러 대비 51.1% 증가한 것이다.
한국기업 미국 내 김치 시장 경쟁 치열
현재 미국에는 대상그룹의 ‘종가집 김치’, 풀무원의 ‘나소야 김치’,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 왕식품의 ‘나파 김치’ 등 대기업들이 한인들의 입맛에 맞춘 김치 제품 수출을 통해 한인 식료품점은 물론 미국 주류 마켓에까지 포진해 있다고 디트로이트무역관은 전했다.
미국의 한인 마켓과 주류 마켓인 코스트코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종가집 김치’ 생산기업인 대상은 지난달 2일 김치 공장 사업 계획을 발표하며 업계에 새로운 도전장을 제시했다. 뉴저지주에 미주법인을 둔 대상에 따르면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매출은 2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했다. 대상은 이에 힘입어 종가집 김치를 트레이더 조와 샘스클럽 등에도 입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상의 이번 미국 김치 공장 사업 계획 발표와 관련 미국에 진출해 있는 동종 식품업계인 풀무원, 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기업들 간의 미국 김치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풀무원도 지난해 6월부터 월마트 3900개 매장 등에서 한국산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 김치 시장을 선점한 대기업들이 현재 미국 내 한국인들의 입맛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면 독자적으로 자생하고 있는 김치 신생 브랜드들은 타민족들의 입맛에 맞춘 무김치나 물김치 등의 메뉴개발에 힘쓰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기존 김치 브랜드들이 대형 유통망을 통해 한인 마켓에서 판매돼 왔다면 신생 김치브랜드들와 판매 경로는 유기농마켓인 홀푸드마켓이나 딘&델루카 등 고급 식료품점, 치즈 등 발효식품 전문점 또는 로컬 유기농 식재료를 판매하는 파머스마켓, 온라인 등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리포트츠월드도 2018년 30억달러 선이었던 세계 김치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에는 42억8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며, 코로나로 인해 연평균 5.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황주영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오히려 힘입어 ‘코로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치로부터 면역 활성 소재 탐색
코로나19에 대한 김치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연구도 뒤따르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부설 세계김치연구소(소장 직무대행 최학종) 미생물기능성연구단 권민성 박사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에 대한 김치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검증하고 이에 따른 항바이러스 소재를 개발 중에 있다.
이번 연구는 세계김치연구소가 다양한 김치로부터 항바이러스 후보 김치유산균 20여 종을 분리하여 면역 활성 소재를 탐색하고,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서 형광 단백질을 발현하는 연구용 감기코로나바이러스(hCoV-229E-GFP)를 이용해 김치유산균의 광범위 항코로나바이러스 효능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항코로나바이러스 효능 소재 탐색과 효능 검증을 수행하고,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동물모델 실험을 통해 전임상 효능을 평가해 항바이러스 소재로 개발할 예정이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세계김치연구소는 그동안 김치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특히 난치성 질환인 암, 파킨슨병 등 각종 질환 개선 효능을 가진 기능성 김치유산균을 개발해 2019년 출연연 10대 우수 연구 성과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김치연구소 최학종 소장 직무대행은 “천연물질을 소재로 한 대부분의 항바이러스제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식품인 김치로부터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을 성공적으로 발굴해 국내 고유의 기술 축적은 물론, 김치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과학적으로 밝혀냄으로써 김치종주국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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