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66세, 여)는 의자에 앉으려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걸을 수 없는 것도 아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A씨는 약국에서 급하게 산 진통제만 복용했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통증이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병원을 찾은 A씨는 단순한 염좌가 아닌 '척추압박골절'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공개된 ‘질병 소분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요추 및 골반 골절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무려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15만0855명이었던 환자 수가 2017년에는 17만6058명, 2019년에는 19만7612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2019년 기준 70세 이상 환자가 65.4%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50~60세가 24.9%, 30~40세가 6.2% 순으로 집계됐다.
척추압박골절은 외부의 강한 힘에 의해 척추 모양이 납작해진 것처럼 변형되는 골절이다. 넘어지거나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낙상 사고, 교통사고, 골다공증 같은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척추 뼈가 주저앉는 양상을 보이며 허리와 엉덩이, 등, 옆구리 등에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시력이 저하된 노인은 위험 상황에서 민첩한 반사 동작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육량이 적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져 가볍게 엉덩방아만 찧어도 크게 다칠 수 있다. 문지방, 이불에 걸려 넘어지거나 화장실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본인이 생활하는 집 안에서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단순한 요통으로 여기고 척추압박골절인지 모르는 상태로 시간이 흘러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방치하면 통증이 가속화되며 ‘척추 후만증’ 등 척추가 변형될 위험도 있기 때문에 허리에 이상이 생겼을 때에는 신경외과에 방문해 MRI를 찍고 골절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받는 것이 좋다.
척추압박골절은 골절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진통제 등 약을 먹고 보조기를 착용하며 4~6주 정도 침상 안정을 취하는 보존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골다공증으로 압박골절이 심하게 진행되고 통증이 지속될 경우 척추 성형술 등 수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세란병원 척추센터 장한진 과장은 “요즘 같이 추울 때는 겹겹이 껴입은 옷들로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때문에 낙상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며 “기온이 낮아질수록 뼈와 근육이 더욱 긴장하는 만큼 등산을 가거나 길을 걸을 때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거동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척추압박골절에 취약한 어르신의 경우 외출 시 편하고 낮은 신발,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신고 지팡이나 벽, 계단 난간을 짚고 다니는 습관이 낙상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물론 골다공증 염려가 적은 청년이라도 익스트림 스포츠 등을 통해 척추압박골절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과격한 행동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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