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값 치솟고 수급 차질 우려… 비상체제 마련해야"

[신년기획 / '위드 코로나 시대' 보건산업 미래]

 

 

 

 

  인도·베트남 쌀 수출 잇단 중단

  식량수출국가 긴밀한 공조로

  국산 밀 신뢰성·자급률 높여야

 

우리나라는 주요 식량품목 대부분을 수입하는 식량수입국으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커 세계적인 식량 충격이 올 경우 수급 조정에 취약한 편이다

지난 해 3월말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가 코로나19로 인한 식량 위기를 공식적으로 경고하자 쌀 수출국인 베트남과 캄보디아, 러시아 등이 자국의 식량 안보를 위해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인 인도는 사회적 봉쇄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물류 중지를 이유로 쌀 수출이 중지된 상황이다. 유럽 최대의 곡물수출국인 프랑스에서도 내부적인 수요 폭증과 물류난이 중첩돼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봉쇄, 물류 중단, 방역 강화로 인해 세계식량 공급체인의 안정성을 저하시킨다. 각 국의 이동금지 확대, 높아진 검역 장벽은 농업 분야의 일손 부족과 관련 사업장의 폐쇄 가능성마저 초래할 수 있다.

UN식량농업기구(UNFAO)는 이미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인 충격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으며, 실제로 인도와 베트남의 쌀 수출 중지로 쌀 가격 지수는 이미 3월부터 상승 국면에 있다.

현재 EU가 추진 중인 식품 그린딜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EU의 새로운 식품산업정책인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Farm to Fork Strategy, FFS)이 자칫 농업 경쟁력 악화와 식량안보에 위협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럽 농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농무성(USDA)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FFSEU의 농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농업생산량을 7~12% 감소시키고, 전 세계 식량가격을 89%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로 인한 사회적 편익 감소액은 9600억달러(105조원)에서 11000억원에 이르고 유럽지역에서 2200만명, 세계적으로는 18500만명의 식량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밀 소비량 증가 전망

2018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밀가루 소비량은 연간 32.2kg으로, 주식인 쌀에 이어 2번째로 소비량이 많다. 현재 우리는 하루 세끼 중 한 끼는 밀로 만든 식품을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세계화와 더불어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간편식의 소비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식량 공급의 부족이라는 사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쌀의 자급률은 100%에 가깝다. 이 때문인지 우리 국민들은 식량 위기라는 말에 둔감한 편이다. 오히려 식품의 과잉섭취로 인한 비만이나 성인병 등의 부작용 개선이 더 시급한 현실에서 식량 위기나 식량부족 문제는 다른 나라의 일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 수급 조정 취약

우리나라는 주요 식량품목 대부분을 수입하는 식량수입국이다. 식량 관련 교역품목 중 곡물·곡분제품을 제외한 전 품목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육류, 곡물, 어패류 등 기초 재료 품목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커 세계적인 식량 충격이 올 경우 수급 조정에 취약한 편이다.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한 방안 마련이 중요한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식량은 공산품과 달리 국내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어렵다. 품목별로는 장기간 비축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으므로 민간 부문의 가격을 통한 수급이 필요하다.

개인의 영양상태는 면역력과 감염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방역 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식량의 생산과 도입·보관·공급·분배 전 분야에 걸쳐 공적 대응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주요 식량수출국과 공조를 강화하고 수입선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영양 측면의 대체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비책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국산 밀 산업 육성 시급

식량 수급의 불균형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유엔 FAO의 권고사항을 국내 실정에 맞게 적용하고,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우량종자 확보에도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결국 비상 시를 대비한 계획과 제도적 준비가 관건인 셈이다.

박태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장은 현재 밀의 수입 상황으로 볼 때 국산 밀이 비집고 들어가기란 솔직히 버겁기 때문에 국산 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핵심 문제 위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입밀과 차별화된 기능성, 영양성 높은 품종 개발, 품질 향상을 통한 국산밀의 신뢰성 회복, 가공업체에 안정적인 생산기술을 조성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 기술개발의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수입밀과 차별화된 기능성 밀을 개발해 국산 밀의 자급률을 높이고, 산업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해부터는 밀연구팀을 신설해 밀 품종 육성과 품질 향상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밀 소비가 더욱 많아질 것을 대비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재배기술 개발과 안정적인 공급과 부가가치 제고기술 개발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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