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예방접종 의사, '알바' 고용하려는 꼼수"

의협도 치과·한방병원 예방접종 허용에 비난, 납득되지 않는 상황에 단물만 빼가는 정부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보건소 주위에 병원보다 의원이 훨씬 더 많다. 특히 시골 병원은 거의가 의원급이다. 질병관리청은 말도 안되는 제안을 내놨다. 제안 이유가 너무 웃기지 않냐"

치과·한방병원의 예방접종을 허용한 질병관리청에 대한 의료계의 맹비난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마치 백신이 부족한 것을 예방접종을 위한 인력부족이나 의료기관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처럼 무리한 개정을 시행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치과·한방병원에서도 의사를 채용한다면 예방접종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감염병예방법 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번에 통과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은 보건소를 이용하기 불편한 주민 등이 지리적으로 근접한 장소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의사를 두고 의과 진료과목을 설치한 치과병원이나 한방병원에서도 예방접종업무를 허용 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이런 가운데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이 질병관리청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말도안되는 꼼수를 쓰려고 한다"고 쓴소리를 더했다.

이 같은 꼼수는 결국 예방접종과 관련, 아르바이트 의사를 고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현재 의원급에서는 코로나 예방접종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지금 현재도 비어 있다"며 "질병청은 분명 적정철마다 예방접종이 가능한 아르바이트를 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스템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은 부작용과 오접종 등 간호사 교육과 문제가 생겼을때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알바 의사를 썼을때는 제대로된 교육이 안돼 있을 것이다. 분명히 꼼수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예를 들어 지금 제가 있는 은평구도 보건소 주변에 의원이 더 많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제안을 하는 것이냐"라며 "결국 한방병원과 치과병원에서는 독감이나 예방접종 철이 되면 의사를 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박 회장은 앞으로 질병관리청과 논의를 통해 지금의 개정안으로 절대 가지 않도록 대처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특히 그는 질병관리청에 두 가지 제안을 하기도 했다. 우선은 추가를 하는 것이다. 만약 아르바이트 의사가 아닌 정식적으로 교육을 받은 의사라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또 하나 이 개정안을 바꿀 수 있다면 무조건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피력했다.

내과는 예방접종 업무를 가장 많이 담당하는 과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은 "현재 내과계를 포함한 의원급들은 오접종 민원, 예방접종 리스크 등을 다 안고 코로나19 백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이 의원급을 배제하고 뒤에서 이런식으로 하면 절대 안된다. 앞으로 질병관리청과 예방접종을 담당하는 의사들과의 논의가 계속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 같은 개정안이 발표되자 마자 대한의사협회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당 개정안이 예방접종 시 이상반응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는 우려의 뜻을 제기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

의협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치과병원과 한방병원에서 사고가 발생해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는 해당 병원들이 응급상황이 많이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응급상황을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가 아닌, 백신이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백신이 없다보니 일선에서 혼란이 있고, 예약했던 환자가 자동으로 밀리거나 변경되는 부분 등 많은 민원들을 의원급에서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이런 개정안을 통과시키는게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백신이 갑자기 엄청 많이 들어오는 시점이 됐거나, 유통기한이 짧아 국민들에게 빨리 접종해야 하는 재난이나 전시상황이라면 어느부분 납득을 할 수 있겠다"며 "지금처럼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통과시킨 것이 너무 의아하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현재 이 같은 입장을 질병청에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코로나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담보로 협박하는 것을 절대 아니다"라며 "우리는 백신접종에 정부에 잘 협조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단물만 쏙 빨아먹고 말도안되는 것들만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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