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의료진·환자 신뢰회복 기회로

[데스크칼럼]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드디어 국회의 벽을 넘었다. 지난 2015년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후 6년 만이다. 개정안은 2년 유예기간을 거쳐 2023년 9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개정 의료법에 따르면 수술실 내부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경우,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 과정을 녹음 없이 촬영해야 한다. 양측이 동의하면 녹음도 할 수 있고 수사나 재판에 필요할 경우 열람도 가능해진다. 응급이나 고위험 수술일 경우에만 촬영 거부가 허용된다.

이와 함께 촬영 영상 정보는 30일 이상 보관해야 하고 촬영 정보를 유출·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6년여 전부터 제기돼 왔다. 무자격자 대리수술, 수술실 내 성추행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다. 하지만 의료인들의 반대 또한 거셌다. 그들은 수술실은 의료인만의 전문 영역이라며 반발했고 의사들의 소극적인 진료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환자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개정안 통과에 대해 “수술실 내 CCTV 의무화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라며 “대한민국 의료사에 뼈아픈 오점으로 남았다”고 통분했다. 정부가 극소수의 비윤리적 행위를 근거로 다수의 선량한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았을 뿐아니라 불충분한 여론에 편승해 졸속입법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더불어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경고해 향후 법적투쟁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 통과에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등 의료단체들도 국회 앞 1인 시위를 통해 개정법안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폐기를 촉구한 바 있다.

의료계는 수술실 내 CCTV가 의사들이 큰 수술을 기피하게 만들고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양측의 신뢰는 오히려 수술과정을 정확히 공개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는 여론도 팽배하다. 그간의 비윤리적인 사건들을 거치면서 쌓였던 불신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환자들의 건강권 침해를 걱정하는 의사들의 우려와는 달리 환자들은 이 법의 통과를 환영하고 있다.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수술실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으로만 본다면 환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못 찾고 있거나, 의사들이 환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환자를 위해 법정투쟁도 불사한다고 하고 환자단체들은 개정안 통과를 환영한다고 하니 말이다.

어쨌든 법안은 통과됐고 2023년 9월부터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향후 개정법안 시행은 힘겨운 진통도 예고돼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정부는 의료인, 환자단체들과 함께 보다 효율적인 법안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요한 부분은 적극 보완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앞으로는 CCTV 의무화법을 통해 소모적인 의료분쟁을 조기에 해결하고 의료인들의 비도덕적 행위들도 근절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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