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자, 투여 빈도 줄이는 반감기 연장 제제로 전환 조건은?

"PK 모니터링 통해 효과적인 치료 전략 수립"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 다양한 반감기 연장 제제가 등장하며, 표준 반감기 제제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반감기 연장 제제의 장점은 돌발성 출혈을 줄이고 수술 관리를 간소화하는 동시에, 투여 빈도를 줄여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임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환자는 치료제의 발달 덕분에, 기존의 치료 방침이었던 ‘예방요법’을 넘어 개인에게 최적화된 ‘개별화된 예방요법’이 가능하도록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다양한 치료 선택 방법 중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환자들을 위해, 전환에 앞서 반감기 연장 제제의 특성을 이해하고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한다.

반감기 연장 제제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한 첫 단추, ‘PK 모니터링’

표준 반감기 제제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로 전환을 고려하는 환자들은 개별 약물동력학(Pharmacokinetics, 이하 PK)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권고된다.  PK 란 특정 약물이 투여된 이후 약물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약물의 흡수, 분포, 대사, 배설 등의 속도와 정도를 설명하는 지표이며, 약물을 투여한 후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혈우병 치료에 있어 PK 모니터링의 기본은 투여된 혈액응고인자 제제에 의한 혈액응고인자의 활성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환자마다 혈액응고인자 제제의 투여량 및 투여 빈도가 다르게 나타나며, 같은 환자일 지라도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PK 측정이 필요하다. 또한 PK는 환자가 개별 상황에 맞춰 예방요법을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의 치료 계획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혈우연맹은 ‘혈우병 치료 가이드라인(2020)’을 통해 환자 개인의 PK 모니터링은 원하는 혈액응고인자 최저치를 얻기 위해 필요한 용량과 주사 빈도를 추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내용과 함께, 환자의 PK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WAPPS-Hemo 등을 소개하고 있다. 

혈우병 환자의 건강하고 활동적인 일상생활을 가능케 할 반감기 연장 제제

반감기 연장 제제로의 전환은 주사 빈도 절감을 통해 치료 부담을 줄임으로써, 환자의 치료 방침을 보충요법에서 예방요법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표준 반감기 제제에서 반감기 연장 제제로 전환할 경우, A형 혈우병 치료제는 기존의 주 3회 투여 빈도를 3~5일에 1회로, B형 혈우병 치료제는 기존의 주 2회 투여 빈도를 주 1회 또는 10~14일에 1회 간격으로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증 혈우병 환자의 질환 관리를 돕고, 삶의 질을 개선하며, 정맥 주사가 어려운 소아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치료 목표를 투여 빈도의 절감이 아니라 혈액응고인자 최저치(trough level)를 높이는 데에 두고 있는 환자라면 반감기 연장 제제의 전환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 예방요법 시 반감기 연장 제제를 사용하면 표준 반감기 제제와 동일한 주기로 투여했을 때 혈액응고인자 최저치를 더 높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표준 반감기 제제로 예방요법을 시행했던 환자라면, 반감기 연장 제제 전환을 통해 더욱 활동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관절 건강을 유지하고 자발적 또는 무증상 출혈을 예방함으로써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중증 혈우병 환자의 반감기 연장 제제 사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 6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혈우병 치료 센터 136개 기관의 중증 A형 혈우병 환자 및 B형 혈우병 환자 6087명을 대상으로 종단 관찰 연구한 결과, 최소 40%의 환자가 반감기 연장 제제를 이용해 예방요법을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B형 혈우병 환자의 경우 반감기 연장 제제 사용률이 57.5%로 특히 높았다.

현재 국내 혈우병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반감기 연장 제제로는 A형 혈우병에서는 사노피의 엘록테이트와 다케다제약의 에디노베이트가 있으며, B형 혈우병에서는 사노피의 알프로릭스가 대표적이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철주 교수는 “반감기 연장 제제로 치료제 전환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개별 PK 모니터링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며, “개별 PK에 기반해 반감기 연장 제제를 활용한 예방요법을 시행한다면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더 적합한 치료가 가능하며, 정상인과 같은 활동적인 일상생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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