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셋' 비롯해 FDA 허가만 20종
불면증치료제 '솜즈' 국내승인 1호
ADHD·발달장애 등 적용 영역 확대
디지털치료제는 알약이나 주사약과 같은 기존 의약품 대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새로운 치료 방방법으로 별도 의료기기가 아닌 스마트폰, 태블릿에 손쉽게 앱(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쓰는 방식이다. 디지털치료제는 일반 신약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기존 약물의 형태는 아니지만 스마트폰 앱, 게임, VR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거쳐 의사의 처방을 통해 환자에게 제공된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 독립적으로 사용되거나, 의약품·의료기기·기타 치료법들과 병행해 사용 가능하다.
전통적 치료제와 디지털 치료제는 치료효과와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제공 형태, 독성 여부, 복약 관리 가능성 등에서 차이점이 존재한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치료제 시장규모는 2021년 약 42억달러로, 한화 5조 시장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30년까지 26.7% 성장률을 기록하며 세계 바이오 173억달러 약, 30조시장으로 디지털치료제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은 미국이다. 지난 2017년 페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중독 치료용 애플리케이션 '리셋'이 미 FDA으로부터 최초 허가를 받은 후 현재 20종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로 꼽히는 페어세러퓨틱스의 '리셋(reSET)'은 알코올이나 약물중독 환자에게 의사가 앱을 처방하면, 환자가 앱을 내려받아 약물 사용 여부 등을 입력하고 앱을 통해 충동을 조절하는 법 등을 익히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비슷한 치료 방식으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중독을 치료하는 앱과 불면증 치료 앱을 개발해 FDA의 허가를 받았다.
2020년에는 아킬리인터랙티브랩의 게임 '인데버알엑스(EndeavorRx)'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게임이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은 첫 사례다. 이에 따라 8~12세 ADHD 어린이를 대상으로 이 게임이 치료제로 처방됐다. 글로벌 시장의 디지털 치료제는 신경 퇴행성 질환, 재활 및 물리치료, 종양 치료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0개 이상의 디지털 치료제가 식약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2월 에임메드의 '솜즈'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불면증 치료제로 국내 1호 디지털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실제 임상진료 현장의 표준치료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CBT-I)을 모바일 앱에 구현했다.
에임메드는 지난해 9월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았고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약 6개월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과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웰트도 지난해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 효과가 있는 앱인 '웰트-I'를 개발했다. 웰트-I는 최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2호 디지털치료제로 선정됐다. 웰트-I는 인지행동치료를 환자의 수면 패턴에 따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현재 임상진료지침에서 1차 치료로 권고되고 있다
국내 디지털치료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이뤄지며 성과를 내고 있다.
불면증이나 중독증상 완화를 위한 제품 개발이 주류였던 것과 비교해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경도인지장애, 발달장애 등 보다 다양한 질환에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게임을 기반으로 ADHD 진단을 받은 소아 환자의 주의력 결핍 개선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우울장애 환자의 우울증 개선 치료 △생활 습관 변화를 유도해 알코올 사용 장애를 개선하는 제품 등이 개발되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의 호흡기 질환자를 위한 디지털치료제 '레드필 숨튼'은 현재 확증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임상을 진행 중이다. 뇌 손상에 따른 시야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뉴냅스의 디지털치료제 '뉴냅 비전'은 확증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업계관계자 "디지털치료제는 계속 진화하는 제품인 만큼 사용률, 치료성공률, 수가 지급 등에 대해 정부와 업계의 충분한 고민을 통해 최적의 환경만 조성된다면 앞으로 국내 디지털치료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산업진흥원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은 디지털 기술 발달,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 증가로 인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점진적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대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디지털 기술을 보유한 ICT 강국임에도 정부의 각종 규제와 복잡한 절차, 특히, 인허가 등 민간차원에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로 국내 디지털치료제 산업 발전에 큰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국내 디지털치료제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신(新)기술이 바이오 산업과 결합해 글로벌 의료시장을 선점해 나아가고 있다"며 "세계 ICT 강국이라 스스로 자신하는 대한민국에서 의료산업 분야의 디지털치료제 기술은 글로벌 표준으로 볼 때 걸음마 단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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