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산업 성장과 발전, 국민 관심이 원동력"

기고/ 이영규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이사장

이영규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이사장

오는 5월29일은 '제17회 의료기기의 날'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의료기기의 날'은 의료기기 산업 발전에 공로가 큰 사람들에게 포상을 하고, 의료기기 산업 및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축하와 감사를 나누는 의료기기 업계의 잔칫날이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유통협회, 한국치과의료기기산업협회 등 의료기기 관련 단체들의 주도로 시작됐다. 이후 2012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하면서 매년 성대한 기념식이 개최되고 있다. 

산업계가 아쉬워 하는 점은 2022년에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품으로서의 의료기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정부와 국민에게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의 의료기기산업의 정책적 중요성을 각인시키며, 산업 경쟁력을 강화·육성하려는 취지로 '의료기기의 날'의 법정기념일 지정을 추진했으나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국민의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료기기산업은 의료산업의 발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의료기술의 발전은 의료기기 발전을 동반하지 않고는 이뤄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한 최근에는 의사들이 직접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등 그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른 국민 보건 향상에 대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의료기기 산업계는 국민 보건 향상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도 그 역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해 보인다.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이 곧 국민보건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산업 발전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의료기기산업은 인체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특성으로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개발기간과는 별개로 의료기기로서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아야하고 그 기간이 적어도 1년에서 임상시험 등을 포함할 경우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또한 인·허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품에 대한 시험검사 및 임상시험 등을 진행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관련 규제는 지속적으로 까다로워지고 요구하는 기준은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규제를 국가나 정부가 주도로 업계를 관리·감독하고 업계는 그를 따르는 추세였으나 이제는 기업들이 나서 사용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그 기준과 규제를 스스로 높이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국 사용자의 안전 확보를 통해 기업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기준은 단순한 규제가 아닌 '규제과학'이라고 불리며 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업계는 스스로 비용과 노력을 들여 국민의 안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업계의 노력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료기기는 인·허가를 받고도 국민건강보험제도로 다수의 제품이 보험수가 상한가에 의해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정해져 있다. 사실 업계에서는 이 부분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리 비용을 들여 좋은 제품을 만들고 인·허가를 받아도 적절한 가격 산정을 받을 수 없다면 제품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 관련 의료기기가 다수 등장하면서 이런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임시 등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화를 지원하고 있으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해결은 아직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보험수가 상한가 인상은 매우 어렵다. 지난 20여년 동안 수가가 인상된 품목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반대로 해가 갈수록 인건비, 원부자재 비용, 인증 비용 등 생산비용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동안 자동화 등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버텨왔으나 이마저도 이제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급격한 물가상승과 의료사태로 인해 업계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현 제도하에서는 장기적으로 저가 중국산 제품만이 살아남고 우수한 품질을 가진 국산 의료기기는 가격의 문제로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현실을 반영한 보험수가제도 개선을 요청해 왔으나 국가의 보편적 진료 보장과 예산 등의 문제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보수적인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영원한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우리 의료기기 기업이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발전에 이바지하고 안전관리에 노력하고 있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국민 보건 향상으로 이어지며 단순한 산업 측면이 아닌 국가적 필수 분야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생겨야 현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업계는 국민에게 우리의 노력을 체계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의료기기의 날 행사도 그 일환일 것이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에게 많은 편익을 줬지만 의료기기처럼 사람을 살리지는 못 한다. 이런 자부심으로 의료기기 업계에 54년을 종사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의료기기 업계에 종사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업계 발전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자 한다.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 국민의 인식이 바뀌고, 국민이 의료기기산업의 편을 들어줄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기고/ 이영규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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