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상가 내 약국 중복 개설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서울남부지법 2024카합20101 영업금지가처분 결정). 이 판결은 상가 내 업종 제한과 경쟁 규제에 관한 중요한 법적 쟁점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약국과 같은 건강 관련 업종의 중복 개설이 기존 영업에 미치는 영향을 법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상가 분양 계약에서 업종 제한 조항은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는 상가의 가치를 유지하고 점포 간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제한 조항을 분양 계약의 본질적 내용으로 해석해왔다. 따라서 상가 입점자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위반 시 해당 영업을 금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대법원은 "건축주가 상가를 건축하여 점포별로 업종을 정하여 분양한 경우, 수분양자, 그 지위를 양수한 자, 또는 그 점포를 임차한 자는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묵시적으로 분양 계약에서 정한 업종 제한을 수용하고,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3다270047 판결). 또한 "업종 제한 약정을 위반할 경우, 영업상의 이익을 침해받을 처지에 있는 자는 침해배제를 위한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상가 내 기존 약국과 동일 건물에 새로 개설된 약국 간의 분쟁이었다. 기존 약국 운영자는 분양 계약에 따른 독점 영업권을 주장하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약국 중복 개설이 기존 약국에 손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약사가 운영하는 약국도 약사법상 동일한 약국으로 분류되며, 판매 의약품이 겹칠 수 있어 손해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실무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첫째, 분양 계약서와 상가 관리 규정의 명확성이 매우 중요하다. 본 사건에서도 2007년 작성된 상가 관리 규정의 유효성이 인정되었다. 둘째,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업종 제한 규정을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셋째, 이러한 분쟁 발생 시 신속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약국과 같은 업종은 매출 손실의 금전적 산정이 어려워 가처분을 통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
이번 판결은 향후 상가 내 업종 제한과 관련된 분쟁에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것이다. 상가 분양 및 임대 계약 시 업종 제한 규정에 대한 명확한 고지와 관리규약 등의 법적 효력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상가 내 분쟁을 예방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상가 내 동일 업종의 중복 개설로 인한 분쟁에서 상가 분양 계약서와 관리 규정의 효력, 그리고 약국 간 경쟁의 부정적 영향을 법적으로 확인한 중요한 판결이다. 법원은 기존 약국의 영업권을 보호하고, 상가 내 업종 제한 규정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가처분 결정을 내렸으며, 이를 통해 상가 내 특정 업종의 독점적 영업권을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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