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임현택호는 '좌초' 새 비대위 구성… 출구없는 '의정갈등'까지
100년이 넘는 의협 역사상 2번째로 회장 불신임… 비대위 체제 전환 위해 오는 13일 투표로 선출키로
임 회장 "마지막 기회달라" 거듭 호소에도 역부족… 박단 위원장, 탄핵 환영 "결국 모든길은 바른길로"
수차례 '막말논란', '1억원 합의금 논란' 등을 일으킨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취임 반년만에 탄핵됐다. 이는 100년이 넘는 의협 역사상 2번째로 회장 불신임이다.
이에 따라 유일한 법정의사단체인 의협은 이제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됐으며, 비대위가 의정갈등의 변화에 기점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 김교웅)는 10일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과 '정부 의료농단 저지·의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했다.
이날 임총은 재적대의원 246명의 3분의 2가 넘는 224명이 참석, 성원을 이뤘다.
앞서 임 회장은 대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전국을 돌며 대의원들을 만나 그간의 언행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두 차례 서신도 냈다. 그는 최근에는 SNS 계정을 삭제하기도 했다.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신상 발언에 나선 임 회장은 거듭 사과하며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서게 된 것 자체가 무거운 마음을 넘어 참담하다. 회장으로서 여러분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하지 못한 부족함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자신의 탄핵 사유에 대해 "하나하나가 비수로 가슴을 찌르는 듯하다"고 전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을 잘 보듬어주지 못한 점은 큰 실책"이라고 잘못을 시인했다.
임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잘 보듬어주지 못함 점은 큰 실책"이라며 "이는 회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다시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임 회장은 '사적인 자리를 포함해 어떤 상황에서은 언행에 주의하며 SNS 등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발언과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세 가지 약속을 언급했지만 결국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긴 역부족이었다.
임 회장의 불신임안 표결에는 224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 3분의 2인 이상인 170명(75.89%)이 찬성표를 던져 통과됐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었다.
불신임안 통과로 임 회장의 직무는 즉각 중단된다. 다만 임 회장을 제외한 42대 의협 집행부 이사진들은 추후 보궐선거를 통해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직무를 이어간다.
이날 임 회장의 불신임이 확정된 이후, 의협 대의원회는 '정부 의료농단 저지·의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을 논의했다.
비대위 구성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 출석대의원 169명 중 106명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비대위를 이끌 위원장의 경우 오는 11일부터 12일까지 2일간 후보등록을 진행하고, 13일 투표를 통해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적으로 이번 의협 비대위 구성에 대해 적잖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비대위 구성안에 대한 투표결과 부결됐으나 과정상의 문제로 재투표하면서 가결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첫 찬반투표에서는 출석대의원 206명 중 120명이 반대표를 던져 과반을 넘기지 못해 비대위 구성이 부결됐다. 하지만 투표에 앞서 재적대의원을 확인하지 않고 표결을 진행,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재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총 후 언론브리핑을 진행한 의협 대의원회 김교웅 의장은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새 회장 선출 전까지"라며 "다만 새로 선출된 회장, 대한전공의협의회 등과 협의하고 대의원회가 동의하면 다음 대의원총회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대위 구성에 대해 재투표한 것은 어려운 시기에 비대위원장이 우선인지, 회장이 우선인지에 대한 관점 차이가 있었다"며 "차라리 새 회장 선출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중요한 시기에 생긴 공백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장이 유보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까지 안 뽑으면 집행부로서 어떤 결정권을 가지고 일을 제대로 하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에 투표를 다시 진행하게 됐다"며 "결국 관점이 차이가 있었다. 회장 불신임 이후 대의원들이 자리를 이석하면서 비대위 안건에 대한 표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임현택 회장의 불신임으로 치러야할 보궐선거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현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의 결원이 발생한 경우,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이면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하는데, 임 회장의 경우 잔여임기가 2년 이상이기 때문에 즉각 보궐선거를 통해 새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김 의장에 따르면 비대위원장은 오는 13일 대의원회 모바일 투표를 거쳐 선출된다. 11일 공고 후 12일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13일 저녁 8시 모바일 투표로 선출할 계획이다.
비대위 임기는 신임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그동안 회장 집행부와 비대위 사이 시각차가 나타났던 점을 고려한 것. 단 비대위 역할이 사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논의 후 신임 회장 집행부와 연계해 존속할 수도 있으며, 회장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비대위 체제 전환에 따른 여야의정협의체 참여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 회장이 탄핵당하면서 대립각을 세운 전공의단체가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그것 또한 아직 미지수다. 이는 용산과 정부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김 의장은 "이번 비대위에는 전공의들도 많이 참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아마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원장과 전공의들과 서로 협조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협의체에서 결정을 내릴 때 용산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과 갈등을 빚어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임 회장 탄핵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박 위원장은 탄핵 결정 직후 SNS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결국 모든 길은 바른길로"라는 짧은 메시지를 올렸다. 의협 대의원이기도 한 박 위원장은 오늘 임시 총회 탄핵안 표결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임 회장과 여러 차례 충돌한 박 위원장은 그동안 임 회장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사퇴를 촉구해왔다. 또 지난 7일엔 박 위원장 등 전공의 90명이 의협 대의원단에 임 회장 탄핵을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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