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시설 노인 중추신경계약물 과다 사용 문제 없나

복용률 87%… "장기요양시설, 인력·전문성 부족으로 관리 어려워"

우리나라 장기요양시설 노인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률이 87%에 달해 시설의 약물관리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최근 '2024년 한국보건사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장기요양수급자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현황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2023년 장기요양수급자(시설수급자 18만7077명, 재가수급자 70만4109명)를 대상으로, 복용일 기준을 연간 1일과 28일로 나눠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환자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가장 최근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사용현황을 확인한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 중 연간 1일 이상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환자 비중은 79.2%였으며, 이 중 시설수급자의 약물복용 비율이 86.8%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시설수급자와 재가수급자 중 중추신경계용 약물 1일 이상 복용환자 비율은 각각 86.8%, 77.2%로 시설수급자에서 사용 비중이 9.6%p 더 높았다.

연간 28일 이상 사용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시설수급자와 재가수급자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환자 비율은 각각 76.7%, 56.6%로 20.1%p의 차이를 보여 재가수급자보다 시설수급자에서 중추신경계용 약물의 장기복용 비율이 높은 것을 확인했다.

시설수급자에서 1일 이상 복용률이 가장 높은 약물군은 마약성진통제(57.6%)와 항정신병제(53.2%)로 나타났으며, 연간 28일 이상 복용 건을 대상으로 했을 때는 항정신병제(50.7%), 항우울제(33.3%) 순으로 높았다.


약물군별 복용률을 살펴보면, 마약성진통제의 경우 연간 1일 이상 복용률(57.6%)에 비해 28일 이상 복용률(27.3%)이 크게 감소한 반면, 항정신병제는 연간 1일이상 복용률(53.2%)과 28일 이상 복용률(50.7%)에 큰 차이가 없어 대부분 환자가 장기복용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약물 성분별로는 항정신병제 중 쿠에티아핀(quetiapine)은 1일 이상 복용률이 46.1%로 가장 많은 환자가 복용한 성분으로 나타났으며, 28일 이상 복용률 또한 45.1%로 큰 차이가 없어 장기복용률이 높은 성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쿠에티아핀(quetiapine)에 이어 감기약으로 쓰이는 디하이드로코데인(dihydrocodeine) 함유 복합제와 진통제로 쓰이는 트라마돌(tramadol) 함유 복합제에서 1일 이상 복용률이 높게 나타났으나, 28일 이상의 장기간 사용에서는 이들의 복용률 순위가 낮아졌다.

또한 시설수급 노인에서 항정신병제의 사용률이 높아 서로 다른 중추신경계용 약물군이 병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환자에서 서로 다른 약물군이 각각 180일 이상 처방된 경우를 병용이라고 간주했을 때, 항정신병제와 항우울제의 병용은 15.3%, 항정신병제와 항불안제의 병용은 10.2%의 환자에서 관찰됐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와 관련 "마약성진통제, 항정신병제, 항불안제, 수면진정제, 항우울제 등 중추신경계용 약물은 중독과 의존, 낙상 및 골절위험,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세심하게 투약하고 상태를 관찰해 조정해야 하는 약물이지만 장기요양시설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연구원 변진옥 보험정책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일반 노인들에 비해 신체 및 정신적으로 취약한 장기요양 시설수급노인의 중추신경계용 약물사용에 대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의 최신 현황을 본 것이라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장기요양 시설수급노인의 중추신경계용 약물 복용률이 31.7~78.0% 수준인 외국에 비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은 2025년부터 다제약물관리사업에 장기요양시설 모형을 신설해 약물관리가 필요한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에게 약물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서비스 모형 마련에 연구 결과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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