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의 해외여행 감염병 이야기(30)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감염병 23편 <마버그열(마르부르크 출혈열)>

지난 시간 <에볼라바이러스병>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해외여행 중 주의해야 할 감염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마버그열이란?>
마버그열(Marburg hemorrhagic fever)은 필로바이러스과(Filoviriade) 마버그바이러스(Marburg virus)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우리나라 감염병 분류 체계 상 제1급 법정감염병이다. 필로바이러스과에는 마버그바이러스와 에볼라바이러스가 속해 있다. 실제 두 바이러스는 매우 유사한 점이 많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대한여행의학회 회장

# 마버그열의 전파
마버그열의 전파경로는 에볼라바이러스병과 거의 동일하다. 과일박쥐가 중요한 동물 숙주(anmimal host)이며 인간과 영장류가 감염될 수 있다. 동물(박쥐, 영장류, 돼지 등)에서 사람으로의 전파는 감염된 동물과 접촉하는 경우 발생한다. 사람 간 전파는 감염된 환자나 사망한 사람의 혈액, 체액 접촉에 의해 발생하며 병원 내 전파가 흔하다.

# 마버그열의 역학
1967년 우간다에서 수입한 아프리카녹색원숭이 실험을 하던 독일(마버그, 프랑크푸르트)과 유고슬라비아(현 세르비아 벨그레이드)의 실험실 종사자에서 처음 보고됐다. 이후 우간다를 중심으로 케냐, DR콩고, 앙골라, 탄자니아, 남아공, 기니 가나, 적도 기니 등 주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산발적 환자 발생이 보고됐다.

2024년 9월, 과거 환자 발생 보고가 없었던 르완다에서 의료기관 종사자 중심으로 비교적 대규모 유행이 발생했으며, 2024년 11월 현재 66명이 확진되고 15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환자 발생 보고가 없다.

# 마버그열의 증상 및 경과
잠복기는 2~21일이다. 초기 증상은 갑자기 시작되는 고열, 두통 등으로 시작한다. 증상 시작 후 3일째 정도에 복통, 설사, 구토가 시작돼 체액이 소실되고 상체 중심의 발진이 생기기도 한다. 증상 시작 후 5~7일째 심각한 전신 출혈과 쇼크 등이 나타나면서 대부분의 환자가 사망한다. 2024년 르완다 유행 이전에 발생한 마버그열은 치명률이 80~90%에 달했다.

# 마버그열의 진단
마버그바이러스 유전자검출검사(Realtime RT-PCR)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는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 마버그열의 치료
마버그열 치료에 승인된 치료제는 없기 때문에 대증치료가 중심이 된다. 단일클론항체인 MBP-091과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인 렘데시비르(Remdesivir)의 단독 혹은 병용 요법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나 아직 환자에게 적용된 바 없다.

# 마버그열의 예방
현재 상용화된 마버그열 백신은 없다. 2024년 9월 발생한 르완다 유행에서 임상 시험 단계에 있던 재조합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recombinant chimpanzee adenovirus type 3-vectored vaccine, chAd3 vaccine)이 1,200명 이상에게 예방 목적으로 투여됐다. 현재 마버그열 관련 국내 방역 당국이 설정한 검역지역은 르완다, 에티오피아,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다. 향후 변동 가능성이 있으니 여행 전 다시 확인이 필요하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병원체와의 거리두기가 최선이다. 마버그열 유행지역 여행 시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특히 병원체를 보유할 수 있는 야생동물(박쥐, 영장류, 돼지 등) 접촉이나 동굴 체험은 피해야 한다. 과거 상당수의 환자가 동굴에서 박쥐와 접촉 후 감염되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지에서 의료기관 방문이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대한여행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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