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받지 않은 내시경 암검진 자격확대, 국민건강 위협"
내과계 학회들, 인증 교육기관 확대에 우려와 경고 "내시경 전문성 확보돼야"
"내과 위한 '이권싸움' 아닌, 환자 안전과 의료질 향상 유지 위한 심각한 문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숙달되지 않은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함으로써 뒤따를 수 밖에 없는 심각한 결과를 강력히 경고합니다."
국가암검진에서 내시경 시술을 담당하는 의사의 자격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과의사들은 이 같은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그동안 내과의사들이 담당하고 있던 '내시경시술 인증의' 자격 교육과 부여권한을 외과와 가정의학과 등에 열어주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가암관리위원회 산하 암검진전문위원회는 내년 5주기 검진기관 평가를 앞두고 내시경 연수교육과 인증의사 자격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전문위원회는 가정의학과와 외과계까지 인증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대한내과학회(이사장 박중원), 대한소화기학회(이사장 김주성),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이사장 박종재),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회장 곽경근),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 등 5개 학회는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가암검진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내시경 검사의 수준높은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내시경 검사 인증교육 기관확대 안건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내시경 교육, 의사의 시술 경험 횟수 등에 근거해 인증의사 자격을 부여하는 권한은 내과 전문의가 주축인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2곳이 보유하고 있다.
외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대한외과학회와 산하 단체, 가정의학과 전문의 단체인 대한가정의학과는 학술대회에서 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인증의 자격을 부여할 만한 권한은 없었다. 이들은 이미 현장에서 외과 전문의 등이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만큼,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은 "위대장 내시경검사를 선도, 검사의 퀄리티를 향상해 온 내과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여러 학회에 내시경검사 교육 평점 발급을 허용한다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이사장은 또 "정확하고 안전하게 내시경 검사를 수행하는 것은 고도의 의학적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다. 실제 잘못된 내시경 검사로 오진하고 의료 사고가 발생해 문제가 된 적은 흔하다"며 "따라서 내시경 검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검사시설이 잘 갖춰져야 하고, 의료인은 충분한 교육을 받으며 실무 경험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학회는 '위대장 내시경에 관한 전문성'도 강조했다. 내과 전문의는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사로 내시경을 통해 발견되는 미세한 병변을 정확히 해석하고 그에 맞는 후속조치를 신속히 취할 수 있도록 교육받았다는 것이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박종재 이사장은 "내과의 전문성은 단순히 내시경을 시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사의 정확성,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실제 대한내과학회의 유관기관인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는 높은 수준의 '내시경 내과전문의'를 육성했다.
박 이사장은 "내시경을 새로 시작하시려는 다른 진료과의 모든 선생님에게도 문호를 활짝 열어 내시경 교육을 시행했고, 암검진 위대장 내시경 검사가 '상향 표준화'되는데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며 "국가암검진사업이 K-의료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데 이들 학회의 공로가 매우크다"고 평가했다.
대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 역시 "내시경에서 내과의 전문성을 무시할 경우 내과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내과 전문성을 경시하는 정책은 전공의들 지원에 악영향을 미친다. 내과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무시되면 내과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또 "내과의사는 환자 상태와 질병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며 "내과의사가 부족하게 되면 잘못된 진단과 불필요한 검사 등 의료낭비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내시경 검사에 필요로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배제하고 '내시경 검사 교육기관'을 확대하는 것은 K-의료의 자랑인 "정확하고 안전한 내시경 검사"의 토대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함께 이번 갈등이 내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단순한 '이권싸움'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내시경 검사 교육 수행기관 확대'에 반대하는 입장은 '밥그릇 싸움'이 아닌 가장 중요한 가치인 '환자의 안전과 의료질 향상과 유지'에 관련된 문제라는 주장이다.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곽경근 회장은 "내과 이외의 다른 진료과 선생님도 내시경을 시행할 수 있으나, 제대로 된 내시경 검사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내시경 교육은 경험과 검증된 실력을 갖춘 교육 인력, 시설, 그리고 교육 실적을 갖춘 기관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과 전문의는 내시경을 통한 질병예방과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내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닌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한소화기학회 심기남 부회장은 "내시경은 전문성과 침습적이고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울 뿐"이라며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심각하다. 정부가 전문가 의견과 협의를 통해 진행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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