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엽의 해외여행 감염병 이야기(31)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감염병 24편<라싸열>

지난 시간 <마버그열>에 이어 이번 시간에도 해외여행 중 주의해야 할 감염병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라싸열이란?>
라싸열(Lassa fever)은 아레나바이러스과(Arenaviridae family)에 속하는 라싸 바이러스(Lassa virus)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성 출혈성 질환으로 우리나라 감염병 분류 체계상 제1급 법정감염병이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대한여행의학회 회장

# 라싸열의 전파
라싸열의 전파는 설치류 접촉과 환자 접촉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설치류에 의한 전파는 감염된 설치류 주로 나탈다유방쥐(Mastomys natalensis)와 직간접 접촉하거나 배설물 흡입 시 이루어질 수 있다. 사람간 감염은 라싸열 환자 또는 사망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접촉한 경우 나타난다.

# 라싸열의 역학
1969년 나이지리아 Lassa 지역에서 간호사 2명 사망 후 원인 바이러스가 처음 분리됐고 '라싸열'로 명명됐다. 라싸열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다. 연중 언제든 발생하지만 매개 설치류가 사람 거주지로 모여드는 건기(11월~5월)에 유행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연간 서아프리카지역에서 30~50만 명이 감염되고 약 5,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는 라싸열 매개 설치류가 서식하지 않으며 아직 환자 발생 보고가 없다.

# 라싸열의 증상 및 경과
잠복기는 2~21일이며, 감염된 사람의 80%는 경증 또는 무증상이다.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서서히 진행되는 발열, 전신 무력감, 권태감, 두통, 인후통으로 시작하고 소화기계(오심, 구토, 설사, 복통) 및 호흡기계(기침, 호흡곤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후 안면 부종, 출혈, 청력 손실 등의 증상 등이 나타나면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감염된 환자의 25%에서 청력 손실이 발생하며 이 중 절반은 1~3개월 후에도 청력이 회복되지 않는다. 중증으로 진행한 입원 환자의 경우 15~20%가 사망하며, 임신부(특히 임신 후기)와 태아는 매우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는 다른 바이러스성 출혈열과 감별이 중요하다. 에볼라바이러스병이나 마버그열은 라싸열보다 증상이 급격하게 시작하여 빠르게 진행하는 경향이 있으며 출혈 발생이 더욱 흔한 편이다. 반면, 청력 상실, 안면 부종, 삼출성 인두염 등은 라싸열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명확한 감별이 어렵기 때문에 신속한 실험실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 라싸열의 진단
라싸열의 진단에는 유전자검출검사(Realtime RT-PCR)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필요시 중복감염확인 및 감별진단을 위한 검사(에볼라바이러스병, 마버그열,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등)를 실시한다. 실제 말라리아 양성 환자가 라싸열 진단 지연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다.

# 라싸열의 치료
라싸열 치료에 상용화된 특이치료제는 없기 때문에 대증치료가 중심이 된다. 증상 초기에 항바이러스제 리바비린(ribavirin) 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항바이러스제인 파비피라비르(favipiravir)와 리바비린 병합 사용이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 라싸열의 예방
현재 상용화된 라싸열 백신은 없다.
라싸열 유행지역 여행 시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설치류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유행지역 의료기관 방문이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KMI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 대한여행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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