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에 'K-제약바이오' 기술수출 부진

[보건산업 결산전망]제약/유통
계약 줄었지만 단일 계약금 상승… "기술력 입증"
유한양행 '렉라자' 美 FDA 허가… 최대실적 달성
대웅제약·GC녹십자 주력품목 선전에 실적 호조
유통업계, 의료공백에 약품대금 유동성 악화 우려도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전체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대형 기술수출 계약 부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약 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7조9450억원 대비 약 14.4% 감소한 수치다. 건수도 지난해 20건에서 10건으로 줄었다.다만 단일 계약 금액 평균은 상승해 기술력은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돼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활발한 기술이전 활동과 플랫폼 기술 수출이 성장 버팀목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리가켐바이오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 수출이 2조2400억원 규모로 성사되며 대형 계약이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종근당, 대웅제약 등이 주도하며 기술수출이 크게 성장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대형 계약 부재로 전체 수출 규모가 감소했지만, 중견기업들의 기술이전 활동이 두드러졌다.

올 초 LG화학은 글로벌 희귀비만증 치료제 시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LB54640'을 개발해 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희귀비만증은 특정 유전자 결함으로 식욕 제어에 이상이 생기고, 비만증이 심화되는 희귀질환이다. 대체로 소아기에 증상이 발현된다.

가장 금액이 큰 기술수출은 HK이노엔,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와이바이오로직스 3사가 공동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항체 신약 후보 물질 'OXTIMA(IMB-101)'다. 이 물질은 미국 내비게이터 메디신에 6월 총 9억4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고, 8월 중국 화동제약에 총 3억1550만 달러(약 43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됐다.

OXTIMA는 단일 항체 및 이중 항체 신약 후보물질이다. 자가면역질환 항체 'OX40L'을 타깃하는 단일 항체, 그리고 'OX40L'과 'TNF-α(종양괴사인자-α)'를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 항체 등 두 개다.오름테라퓨틱도 버텍스파마슈티컬(이하 버텍스)에 신약 개발에 쓰는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TPD)' 기술을 약 1조3000억원에 수출했다.


의료공백 불구 실적 '선방'

의대증원에 따른 의료계 파업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업계가 원내 의약품 감서 등 내수 악재에도 대체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유한양행은 자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의 미국 기술수출 성과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GC녹십자와 대웅제약도 3·4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하며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뤘다.

3·4분기 GC녹십자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8%, 20.8% 증가한 4649억원, 39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웅제약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4.3%, 20.3% 늘어난 3159억원, 411억원으로 나타났다.

GC녹십자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실적이 올랐다. 3·4분기 GC녹십자의 혈액제제 매출은 136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50.8% 증가했다.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오는 4·4분기에도 호실적을 시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웅제약도 미국 시장에 출시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실적 호조에 큰 기여를 했고 국산 34호 신약으로 개발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의 성장세도 호실적에 한몫을 했다. 나보타와 펙수클루의 3·4분기 매출은 각각 474억원, 226억원에 달한다. 해당 시장의 성장에 따라 4·4분기에도 실적이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의 올 3분기 실적이 주춤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5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6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줄었으며 당기순이익은 350억원으로 전년 보다 42.3% 줄었다.

북경한미는 올 3분기 매출액 843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42.4% 감소했다. 중국 대홍수로 인한 유통망 차질이 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다만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의 일회성 이슈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개량·복합신약이 견고한 매출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주력제품인 '아모잘탄패밀리'의 3분기 매출은 3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났으며 '에소메졸패밀리'도 16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 증가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가 유지됐다. '로수젯' 역시 5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해 실적을 견인했다.

한미약품의 올해 3분기 연구개발(R&D) 비용은 548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5.1% 수준이었다. 자체 진행하는 임상 프로젝트 확대에 전년 동기 대비 R&D 투자는 21.5% 늘어났다. 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는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으로 매출 3225억원, 영업이익 224억원, 순이익 17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이번 3·4분기에 큰 폭의 매출 성장을 하며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두 회사의 연결 기준 매출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8%, 31.2% 증가한 1조1871억원, 8819억원을 기록했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 호조가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의료공백따른 약품대금 유동성 악화

의료공백이 길어지면서 의약품유통업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번 사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형종합병원들이 소요의약품및 의료용품등의 대금 결제기일 연장을 통보하고 나선 것.

통상 의약품유통업체들은 제약사로부터 2-3개월 내 결제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종합병원들의 요구대로 3개월 가량 약품대금 지급이 미뤄지면, 유통업체들은 제약과 병원의 결제기일 차이만큼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야한다.

의약품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몇몇 병원들이 약품대금 결제기일을 연장한다는 통보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유통업계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현금 유동성 확보 외에는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의약산업협회, 각 제약사에 공문을 보내 "결제기일 연장을 통보받은 대형병원거래 유통업체들로부터 요청이 들어올 경우, 고통분담 차원에서 병원에서 요청한 기일 만큼 제약사들도 결제 일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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