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보건복지부가 대체조제 활성화를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개정안이 의사의 처방을 무시한 성분명 처방을 강제화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 처방으로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1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변경하고, 대체조제 사후통보 대상을 심평원까지 추가해 대체조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계속심사'하기로 결정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21일 대체조제 사후통보와 관련 약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개정안은 대체조제 사후통보 수단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에 추가하는 방안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는 22일 "2007년 시행된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은 환자 약제 선택권 확대와 약제비 절감을 목표로 했으나 실패로 끝났다"며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개정안은 의사의 전문가적 판단을 무시하고 국민 건강을 도외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내과의사회에 따르면 의사가 약제를 선택할 때는 환자의 현재 질병 상태, 과거 병력, 기대되는 효과 및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방을 내린다.
하지만 환자 상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약사가 무분별하게 대체조제를 시행하면, 약화 사고와 심각한 부작용이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투약 횟수, 용량, 기간 등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조절해야 하며, 약사가 임의로 대체조제를 시행하면 약화사고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즉 대체조제 활성화는 의약품 안전성과 품질뿐만 아니라 의사와 환자 간 신뢰를 저해해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게 내과의사회의 지적이다.
아울러 내과의사회는 의약품 품절 사태를 대체조제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비현실적인 약가정책에 있다는 것.
내과의사회는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 건강과 안전을 외면하지 말고, 근본적인 의약품 공급 안정 대책을 수립하라"며 "의사와 약사의 협력은 대체조제가 아니라 의약품 품질 보장과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의약품 공급 안정 대책 수립이 어렵다면 오히려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현 의약분업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며 "건보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고 제약산업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 무엇보다도 국민-의사-약사 사이의 신뢰를 깨뜨리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내과의사회는 이번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