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달 안으로 전체 한약재 417종 중 국민들이 자주 먹는 21종에 대한 카드뮴 허용기준치를 현행 0.3ppm에서 1.0ppm으로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기준치 이상 검출돼 논란이 돼 온 한약재 중금속 문제를 아예 기준치 자체를 크게 낮춰 해결하겠다는 식약청의 발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한약재에서 0.3ppm이 넘는 카드뮴이 검출되면 단속대상이었지만, 고시가 개정되면 21종의 경우 1.0ppm까지는 검출돼도 상관없다. 앞서 식약청은 지난 2005년 수입 한약재 등에서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이 검출되자 한약재 중금속 허용기준을 총량기준(납으로서 30㎎/㎏이하)에서 개별기준으로 개정해 납 5ppm, 비소 3ppm, 수은 0.2ppm, 카드뮴 0.3ppm 이하로 설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개별기준이 한약재의 중금속 자연함유량과 위해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정됐기 때문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 기준 완화 방침을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시민모임 등 소비자단체가 이에 반대하며 ‘한약 안 먹기 운동’ 등을 예고해 도입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소비자시민모임 측은 “식약청이 뚜렷한 선정기준 없이 21종 한약재에 대해 동시에 중금속 안전기준을 완화하기로 결정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완화안이 통과되면 한약 안 먹기 운동을 펼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이번 중금속 기준 완화로 식품용도의 한약재가 우회적으로 수입돼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등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이달 내로 전문가와 소비자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한 공청회를 열고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중금속 기준 완화가 국민의 안전보다는 한의약계의 요구를 수용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보건당국이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식약청에서는 인체섭취량을 통한 위해평가에서 충분히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만든 기준이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외국에 비해 크게 높은 한국인의 체내 카드뮴 오염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한약재의 중금속 안전기준을 완화하는 것에 대한 안전성 우려 때문이다. 의과대학의 한 교수는 “한국인은 쌀을 통한 카드뮴 섭취량이 많아 인구의 1~2%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 이상의 카드뮴이 소변에서 검출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생약을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식약청이 국내 유통 한약재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위해평가를 했다고 밝혔으나 이것도 논란거리다. 실제 한의원 등에서 쓰이는 약재들이 이 안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배제된 생약이 환자에게 미치는 정확한 영향분석 자료가 아직 없는 실정이다. 정부의 한약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005년 생약의 중금속 기준을 강화했다가 불과 3년 만인 2008년에 기준을 완화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부는 올해 다시 똑같은 내용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기준 완화와 관련, 각계의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발표 시기 또한 지난달 28일 예정돼 있었으나 이날 한국소비자원에서 한방서비스 관련 소비자피해 현황을 발표하자 불가피하게 늦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굳이 문제가 되는 카드뮴 기준을 완화해 얻는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정말로 한약 안 먹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정신 차릴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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