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정부 약가인하정책 문제점을 파헤친다(3)"

"제약업계 손실 연간 3조 추산, ‘허약 체질’ 전락 초읽기"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일괄 약가인하 정책 파장이 제약사는 물론 관련 의약계, 학회까지 영향을 미치며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는 국민의 약값 부담을 줄이고 연구개발 중심으로 제약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의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주요골자는 약가인하와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를 대거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 특허만료 약가 및 제네릭 약가 수준 하향조정, 기등재약에 대한 동일성분 동일약가 등 3가지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약가인하는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의 평균 가격 17% 인하다.

현재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약값은 원가의 80%, 첫 복제약은 원가의 68%로 책정돼 있는데 이를 53.55%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로써 건강보험에 등재된 1만4410개 의약품 가운데 8776개 품목 가격이 평균 17% 낮아지게 된다.

이로 인한 피해는 제약사 추산 연간 3조원 상당으로, 그것도 일시에 약값을 인하하면 제약기업들은 30% 상당의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또 신규 등록 의약품은 첫 복제약 등재 후 1년간 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복제약의 빠른 등재를 유도하기 위해 오리지널약과 복제약 모두 원가의 59.5∼70% 수준으로 유지한다.

단 특허의약품이나 공공성은 인정되나 수익성이 낮아 시장에서 퇴출될 우려가 큰 퇴장방지의약품, 필수의약품 등 모두 3659개 품목은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을 위해 인하대상에서 제외된다.

복지부는 또 ‘계단식 약가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계단식 약가제도란 특허만료 이후 조속한 복제약 발굴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건강보험 등재 순서에 따라 약품 가격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복지부는 동일 성분의 의약품에 대해서는 동일한 보험 상한가를 부여하고 그 이하 수준의 가격대에서 업체 간 자율적 경쟁이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제약업계가 건강보험 우선 등재를 위한 경쟁보다는 품질로 경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피해 업종 중 하나인 제약산업. 시장형실거래가제부터 시작해 리베이트 쌍벌제, 약가인하 정책 단행으로 이어지는 제약업계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제약협회를 비롯한 10개 의약단체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본지에서는 정부의 약가인하 강행에 따라 헌법소원,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힌 제약업계를 비롯한 의약단체들이 펼치고 있는 공동대안을 살펴본다.


분업이후 최대규모 인하정책
지난달 정부는 약값에 낀 거품을 걷어내고 국민의 약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약분업 이후 최대 규모인 2조1000억원에 달하는 보험약가 일괄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의약단체들은 기존 보험등재의약품 약가인하 8900억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3조원 상당의 약값이 인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의약품 시장이 12조8000억원임을 감안할 때 3조원의 일괄 인하는 제약기업의 운영을 포기토록 종용하는 강압적 조치라며, 이를 제약산업 전반의 최대 위기로 여기고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약계 한 관계자는 “과학적·경제적으로 납득할만한 명확한 기준없이 정부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약가의 일괄인하 방식은 시장경제원리·R&D 활성화를 통한 제약강국 건설 및 약가제동의 선진화방안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22일 한국제약협회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번주 중 발표될 약가일괄인하 정부 고시에 반발해 반대와 항의표시로 전 회원사가 하루 동안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제약사 입장에서 생산중단이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단행했을 때는 산업존폐가 걸려 있는 이번 정부방침을 도저히 수용불가함을 알리기 위한 피맺힌 절규며 마지막 보루다.

이를 단순히 정부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선 기득권집단의 이기적 투쟁이라 보기에는 제약산업의 피해규모가 너무 크다.

제약협회는 폐업 투쟁 결의와 함께 8만 제약인 총 궐기대회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약산업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따른 약품비 지출을 현재 26% 수준에서 13%까지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각종 정책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앞서 발표된 리베이트 쌍벌제, 약가 연동제 시행으로 인한 제약사의 영업환경이 크게 위축됐고,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이번 특허만료의약품 약가인하까지 겹쳐 그 파장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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