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감정표현 안되고 망상·환각·환청까지

한림대의료원 부의료원장 이병철 교수

  
▶15~55세 다발…조기에 지속적인 치료효과
▶향정신성 약물치료 기본 중단하면 재발·만성화

박지연(32세, 여성, 가명) 씨는 서울 소재 유수 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24세 때부터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다. 시험에서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며 스트레스를 받던 중 고시원 방의 사방이 자신을 조여 오는 것처럼 느껴지고, 방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자주 겪게 되었다. 숨쉬기 곤란한 느낌과 함께 항상 자신의 입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온종일 이를 닦고 가글을 했다고 한다.

길을 다닐때면 사람들이 자신의 입냄새를 맡고 자신을 흘겨보거나 피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사람들의 그러한 시선과 수군거림이 부담스로워 외출을 하지 않게 되고 집에만 있으면서 공부에도 집중이 되지 않고 정신이 산만해졌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자 주변의 권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됐고,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다양한 정신증상 발현

조현병은 기존에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던 질환으로, 병명이 내재하고 있는 잘못된 인식과 부정적 이미지 해소를 위해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의 이름으로 2011년 개명되었다.

조현병은 사고, 감정, 행동의 모든 영역에 걸쳐 매우 다양한 정신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조현병의 주 증상은 크게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으로 구분된다. 양성증상은 조현병으로 인해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으로, 망상, 환각, 환청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과 언어와 행동이 와해되는 증상을 말한다.

음성증상은 사회생활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능이 감소된 것으로, 감정표현의 결여, 언어의 빈곤, 무감동, 무쾌락, 주의력 손상, 실어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

양성증상이 있는 조현병은 주로 급성으로 발병하고, 급성기를 거치면 증상이 안정되는 잔류기에 접어들게 되는데, 이후 경과는 다양하지만, 전형적으로는 재발과 안정을 반복해가면서 음성증상과 와해증상 위주로 만성화된다. 조현병의 이러한 징후와 증상은 사회적, 직업적 기능 장애를 동반한다.

그러나 조현병의 진단은 증상의 발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특징적 증상들이 한 달 중 상당기간 동안 존재하고, 장애의 징후가 최소 6개월 동안 지속될 때 비로소 조현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

□ 전체 인구 중 1%가 앓고 있어

조현병의 평생유병률은 지역, 인종, 문화적 특성과 관계없이 약 1% 정도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약 0.4-0.7%로 알려져 있다. 발병시기는 남성에서는 15세에서 25세에 잘 발생하는데 반해, 여성에서는 25세에서 35세에 이르는 시기에 많이 시작된다. 전체 발병환자의 90%는 15세에서 55세 사이에 발병하고, 10세 이전이나 60세 이후에 발병하는 예는 아주 드물다.

□ 약물치료로 일상생활 가능해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초발 조현병 환자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 뇌의 회백질 감소(뇌 기능 저하)가 진행되며, 재발할수록 약물도 잘 듣지 않고 치료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게 되므로 초기 조현병 치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현병의 치료 요법으로는 항정신병 약물을 중심으로 한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보다 나은 치료성과를 위해서 정신치료와 재활치료를 포함한 정신사회적 치료접근의 필요성이 수반된다.

약물치료는 가장 기본적인 치료이며, 다른 요법만의 단독치료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환자 치료에 필수적이다. 약물치료 원리는 조현병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되는 뇌 속의 도파민, 세로토닌의 불균형을 조절하여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에 있다.

약물치료는 조현병 환자의 증상 감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며, 증상재발이 대부분 약물치료의 자의적, 혹은 무의식적 중단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에게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치료가 요구된다.

□ 재발 및 만성화방지에 힘써야

가장 기본적인 치료인 약물치료의 경우 환자가 매일 약을 챙겨먹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한번 투여로 한 달간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나와 있어 질환관리를 돕고 있다.

한달에 한번 투여하는 장기지속형주사제를 치료시스템에 도입하면 약물투여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이와 함께 환자가 외래방문 시기에 오지 않으면 환자나 가족, 가정방문 간호관리사 등에게 알람을 보내 환자가 제때 내원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 기반의 정신보건센터를 활용할 경우 조현병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치료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핸 오해와 편견을 없애려는 대국민 홍보도 선행되어야 한다.

조현병은 말 그대로 신경계 혹은 정신의 조율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마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질환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진다면 조현병 환자의 증상개선과 치료가 가능하다.

□ 이병철 교수는
△연세의대 졸업(81), 연세대대학원 의학박사(90)
△한림대학교의료원 부의료원장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병원장 역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진료부원장 역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경과 과장
△대한노인신경의학회 이사장
△대한뇌졸중학회 부회장
△대한심뇌혈관예방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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