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비급여 개선-의료 정상화 과제

[신년특집]2014 보건산업, 석학에게 듣는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3대 비급여 개선

소위 3대 비급여라 불리는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간병비는 국민을 의료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주범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비를 모두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고액 진료비 때문에 국민들이 의료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본인부담금 상한제 역시 비급여 진료비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본인부담금 상한제는 건강보험 진료비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약 70만 명이 비급여 진료비 때문에 전세금을 빼거나 대출을 받거나 사채를 쓴다고 한다.

이는 3대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민들이 의료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3대 비급여는 사회계층간 건강불평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가난한 환자들은 비싼 진료비 때문에 중병이 들어도 대학병원에 가지 못한다. 대학병원 진료비가 비싼 가장 큰 이유는 비급여 진료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큰 맘 먹고 대학병원에 가더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싼 검사나 약을 처방받기 쉽지 않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질 높은 진료를 받지 못한 가난한 환자들의 사망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주요 중증질환에서 의료급여환자의 사망률은 건강보험환자에 비해 1.2~1.8배 높다. 심지어 가난한 환자들은 비급여 진료비 때문에 아예 병원에 가지 못하기도 한다.

의료급여환자들이 간병비 부담 때문에 병원 입원을 포기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병원 생존위협? 위기를 기회로!

3대 비급여는 진료비 부담이 큰 중환자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그 돈으로 진료비 부담이 적은 경환자의 진료비를 깎아 주는 불공평한 제도다.

병원은 낮은 건강보험수가 때문에 입는 손해를 비급여 진료수입으로 벌충한다. 결국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를 주로 받는 경환자는 원가에 비해 진료비를 적게 내고,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는 중환자는 원가에 비해 더 많은 진료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중환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할 건강보험제도가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안기고 있는 역설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대선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3대 비급여 문제 해결이 중요한 대선공약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고,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최근 발표된 정부의 3대 비급여 개선대책을 반기는 이유이다.


국민은 정부의 3대 비급여 개선대책을 한 목소리로 반기고 있지만, 의료계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원참여 보장하는 대안 제시를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가 없어지면 병원의 생존이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자 수가 줄어들고 초음파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병원의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병원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를 전액을 병원에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병원들은 크게 미더워하지 않는 것 같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결국 병원 수입 감소로 이어진 과거의 경험이 있어서다.

초음파나 CT, MRI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경험이 병원들에게는 여전히 생생하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 3대 비급여 제도 개선은 병원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급병실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낮은 일반병실의 수가를 정상화할 수 있다.

선택진료비를 폐지하는 대신 낮은 수술료나 처치료를 정상화하고 질 좋은 병원이 더 많은 받는 체계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환자가족에게 맡겨진 간병을 병원에서 책임지는 대신 낮은 입원료를 정상화할 수 있다.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때문에 병원은 국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아왔다. 상급병실료가 부담스러워 입원을 연기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병원에 대한 질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병원은 억울하다.

역사적으로 상급병실과 선택진료는 낮은 건강보험수가로 인해 생긴 손실을 병원이 보전하도록 정부가 만들어준 공식적인 탈출구였기 때문이다. 상급병실과 선택진료제도가 개선되면 병원은 더 이상 억울하게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지 않아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이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병원에게 중요한 것은 3대 비급여제도 개선 그 자체가 아니라 제도가 어떻게 개선되느냐다. 제도 개선반대에 매몰되어 대안을 제시할 기회를 놓친다면 병원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를 어떻게 믿느냐고 불평하기 보다는 병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체계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3대 비급여 제도는 국민이 의료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치하고, 사회계층간 건강불평등을 악화시키며, 중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나쁜 제도이다.

또 낮은 건강보험수가를 지속가능하게 함으로써 병원이 환자를 진료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게 하는 나쁜 제도다.

따라서 이런 나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대한민국 의료를 정상화시키는 관건이다.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를 위한 의료계의 전향적인 노력을 기대해 본다.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