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 게놈시대의 신기술

[보건포럼]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 서정선 교수

  
미래학자들은 21세기가 과학기술, 세계화 그리고 인구고령화가 특징인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노인인구의 증가로 보건의료산업은 미래 거대산업으로 발전하고 게놈분석기술이 이를 주도하고 있고, 게놈정보의학은 글로벌의학으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JP Morgan 컨퍼런스에서 일루미나는 1000달러 게놈시대가 이미 시작됐음을 알리면서 이것을 가능케 한 신기술인 HiSeq-X10을 소개했다. X10은 신기술이라는 뜻에서 X를 그리고 10대씩을 한 단위로 한다는 점에서 10을 붙인 것이다.

필자는 작년 10월 보스톤 미국 인간유전학회에서 스탠포드대 교수였던 오랜 친구인 일루미나 부사장 R.모스타파로부터 2014년 초 천불게놈 기계가 나온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서울대-마크로젠 컨소시엄은 11월부터 거의 1주일에 한 두번씩 일루미나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았다. 덕분에 한국은 HiSeq-X10도입으로 올해 3월부터 세계 최대의 게놈 정보 생산국이 됐다.

이 기계는 모든 면에서 최신 기능으로 강화되었는데 그중 핵심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반응이 일어나는 ordered array 기술이다. 지금까지는 아무 곳에서나 반응을 무작위적으로 일어나게 한 후 사진을 분석했는데 X10기술에서는 나노기술로 만든 일정한 간격의 미세구멍에서만 반응을 일어나게 해 카메라가 빠른 속도로 훨씬 많은 양을 분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HiSeq-X 한 대로 3일동안 16명의 게놈을 분석할 수 있어 X10으로는 일년에 약 2만명의 전장게놈을 분석할 수 있다. 이것은 속도면에서 보면 현재 기술보다 약 10배 향상됐고 경비면에서도 현재 게놈분석 가격 3000달러에서 1000달러로 낮아져 1/3로 감소됐다.

X10기술의 출현은 이제 의학을 정밀의학으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적용 분야는 우선 암진단 및 약제 선정분야로 암세포의 유전체검사로 정밀의학이 가능하게 된다. 암을 치료 중인 약 130만명에 달하는 환자들에게 암유전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적을 알고 싸움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이 될 것이다.

또한 1000여 종의 유전 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100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도 병의 원인유전자를 찾아주고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게 해 원인치료를 가능케 할 것이다.

10만명 게놈분석을 목표로 하는 영국의 Genomics England 계획이나 Genome Canada 등 질병 과 관련한 거대 게놈계획들이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10만명 아시안 게놈 계획을 시작해 게놈산업과 융합 보건의료체제의 두 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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