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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원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어르신진료센터장
◆ 고령화 시대 노인친화병원
현재의 많은 급성기 병원들은 급성기 질환과 기능이 좋은 사람들을 위해 설계된 시설들이며, 기능이 떨어져 있고 노쇠한 노인들에게는 부적절하거나 심지어 해로울 수도 있는 시설과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다. 즉, ‘노쇠’한 노인이 입원하게 되면 입원 기간 동안에 기능 감퇴와 낙상, 욕창, 섬망 같은 합병증의 위험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재활 외면한 급성기 진료 문제
실제 급성기 전문 병원에 입원한 노인의 최대 1/3에서 한 가지 이상의 일상생활기능에 장애(의존)가 발생하게 된다는 보고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능 감퇴로 인해 입원진료비, 요양시설 입소, 그리고 사망률의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급성기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새로운 방식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나라에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퇴원한 노인환자의 경우 77.9%가 일상생활기능에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퇴원한다는 보고가 있다
또 기존의 급성기 병원에서는 고도로 전문화된 전문의들이 독립적으로(물론 자문을 통해 간접적인 협진은 이뤄지지만 진정한 의미의 협진은 아니므로) 진료를 함으로써 진료가 분절화되고 단편적일 위험이 있으며, 급성기 진료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환자를 침상에 누워있게 하고 재활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급성기 병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 노인친화 병원(Age-friendly hospital)의 필요성이 선진 외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 기능감퇴·합병증 예방시스템
캐나다 퀘벡 주 보건부에서는 퀘벡 주의 모든 병원이 노인친화적인 방식을 수용하는 것을 강제화하고 있으며, 네덜란드에서는 노인친화병원에 대한 국가인증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노인친화병원은 노인에게 근거중심 진료, 환자와 가족, 특히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 진료를 제공하며, 노인의학적인 접근법을 이용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세부 원칙으로는 △노인에게 우호적인 시설 환경 △노인차별(ageism)을 전체 병원 단위에서 제거 △전 병원에서 노인의학적인 접근법을 사용해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진료시스템 △지역사회와 긴밀한 연결고리 조성 등이 있다.
노인친화병원은 병원의 구조, 시설, 공간, 장비 등이 노쇠 노인의 취약성을 최소화하는 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그 결과 기능 자립, 건강을 촉진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 급성기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노인의학 전문의와 다학제팀이 개입해 기능감퇴를 예방하고 각종 합병증(섬망, 낙상, 욕창)을 예방하도록 시스템을 바꿀 필요가 있다.
■ 포괄적 노인 기능평가 실시
국내에서도 노인친화병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다.
모 대학교병원의 노인의료센터에 입원한 노인의 경우 노인 전문간호사 1인, 노인담당 약사 1인, 노인 담당 영양사 1인으로 구성된 노인포괄평가팀(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 Team)이 일반적인 특성과 주요 의학적 문제 목록, 약물 평가, ADL, 도구적 일상생활활동(IADL, 인지기능, 우울 정도, 영양상태평가 등을 포함한 노인포괄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 성적을 보면 평균재원 일수는 국내 일부 종합병원 입원 노인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보다 짧았다는 보고가 있다.
일반적인 노인 진료센터와는 다르게 어르신이라는 명칭을 최초로 사용한 본원 가정의학과(어르신 진료센터)에서는 낙상 방지시설과 어르신에게 친숙한 환경의 친화병실을 마련, 편안한 진료가 가능하도록 꾸며 정형외과에 입원하는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포괄적 노인기능평가를 실시해 오고 있다. 그 결과 드러나지 않았던 치매, 우울증 등의 섬망 위험요인을 찾아냄으로써 건강과 기능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 정부 차원 활성화대책 마련해야
노인친화병원의 진료 프로세스를 위한 노력은 인력을 중심으로 한 활동에서 비롯될 수 있다. 우선 인력측면에서 다학제팀, 담당 간호사와 노인의학전문 간호사, 노인의학 전문의 등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들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노쇠 노인을 찾아내는 활동을 전개하거나 간호사에 대한 노인의학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또 매일 노인 의학적 활력징후(vital sign)를 점검한다. 예를 들어 기능장애·기동성, 욕창 여부, 영양·수분공급 상태, 인지기능, 대소변, 수면 등이 점검 사항에 해당된다. 이밖에도 치매나 섬망에 의한 이상행동에 대한 전문화된 관리 프로그램과 주 2회의 노인의학팀 병실회진 등을 통해 진료 프로세스를 강화하는 것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다.
한국에서도 향후 노인친화병원이 활성화돼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 병원 책임자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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