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술…인프라 세계적인 수준

[창간 49주년 기획 3-보건산업 新글로벌전략] 외국인 환자 100만명 시대

지난해 병원해외진출 125건…기술 자본 현지화 성공 열쇠

국내 메르스 확산 여파로 한국여행을 예약한 관광객들의 취소가 잇따르는 등 당분간 관광업계의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발표한 '2014년도 외국인환자 유치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191개국에서 26만7000명의 외국인환자가 우리나라를 찾았다. 이는 2013년의 21만명보다 5만명이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진료 수입은 5600억원이었다.

누적 진료비 1조5천억원 규모

외국인 환자수는 2009년 141개국에서 6만명이 들어온 이후 연평균 34.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누적인원은 90만명, 올해 5월 중으로 100만명이 넘을 것 전망했다.

외국인 환자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많은 환자가 들어온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경우 2013년 5만6000명에서 지난해 7만9000명으로 40%이상 증가했고, 러시아도 2만4000명에서 3만1000명으로 30%이상 늘었다.

메르스의 진원지인 중동과 함께 중앙아시아권에서도 환자가 유입되고 있다. 정부 간 환자송출 협약을 맺은 아랍에미레이트에서는 2013년 1151명에서 지난해에는 두배 이상 늘어난 2633명이 한국을 찾았고, 카자흐스탄(8029명), 우즈베키스탄(1904명) 등에서도 꾸준히 환자들이 입국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 진료비는 5569억원으로 2013년 3934억원에서 42%이상 증가했고, 2009년 이후 누적 수입은 1조5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진료비는 208만원이며 1억 이상을 사용한 환자도 210명에 달해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5년 만에 외형적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증가한 셈이다. 외국인환자 유치 등록기관 역시 의료기관 2700여개, 유치업체 1100여개를 넘기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의료계의 장점은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발전으로 해당 진료과를 중심으로 ‘뷰티 산업’화 되어 있으며 한방과 서양의학이 고루 발전해 글로벌 의료 관광객들의 관심을 모으기 좋은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류를 이끌고 있는 것은 독보적인 스타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와 K-POP으로 배우와 아이돌 그룹의 인기 멤버는 선망의 대상이다. 한류 스타는 닮고 싶은 미의 표준이 되었으며 이에 한국 화장품과 성형수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고에 따르면 성형외과 기준 2010년 외국인 진료 환자 약 5천명에서 지난해 3만6천명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외국인 환자가 국내에서 지불한 전체 진료비의 22.5%가 성형외과에서 쓰여졌으며 중국인의 경우 성형외과 비중이 27.6% 달해 외국인 전체 평균대비 높음을 알 수 있다.

불법브로커 심각 법안마련 시급

문제는 우후죽순으로 번지는 불법브로커와 이들의 도넘은 행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해외환자 유치 등록기관이 보고한 해외환자 진료실적은 2011년 12만2300여 명에서 2013년 21만1200여 명으로 2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 환자 가운데 국내 의료기관이나 정식 유치업자가 유치한 환자는 일부에 그친다.

등록 유치업자의 거짓축소나 누락 같은 투명하지 못한 실적보고를 고려하지 않고 액면 그대로 산술적으로 보면, 의료기관 신고 유치실적 중에서 13%의 해외환자만 국내 유치업체나 의료기관이 직접 유치한 것일 뿐이다. 나머지 77%는 국내외 불법 브로커가 유치했거나 자발적으로 찾아온 외국인환자라는 얘기다.

의료계에 따르면 불법 브로커 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미등록 유치업체들이 서울 강남 등에 몰려 있는 국내 성형외과들을 상대로 해외환자를 대거 유치하는 댓가로 진료비의 30~70%에 달하는 수수료를 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는 것.

심지어 이들 브로커 가운데는 수술비를 많게는 10배 넘게 부풀리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의료관광유치시장의 성장잠재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한국의료에 대한 신뢰기반 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행 의료법은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려면 보건복지부에 유치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등록하지 않고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지만 불법브로커와 거래한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 근거가 없는 등 현행 의료법만으로는 체계적인 관리에 한계가 있다”면서 “불법브로커와 거래한 의료기관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에 대한 의료사고에 대한 대비책도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일부 성형외과들이 중국 등지의 환자를 앞다퉈 유치하는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이 횡행하면서 의료사고도 심심찮게 터진다. 지난 1월에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 받던 중국인 환자가 3일째 의식을 찾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2013년 말 기준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국제의료협회(KIMA) 소속 의료기관 36곳 중에서 단지 15곳(41.7%)만이 의료사고 배상 보험에 가입해 있을 뿐이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현숙 의원은 “불법 브로커에 의한 수수료 폭리와 허술한 의료사고 배상시스템 등은 한국의료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서 “특히 의료사고의 불안감은 해외환자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의료기관은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등 외국인 환자에 대한 적절한 구제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실패 원인분석 중요

한편 진료수입만으로는 병원 운영이 한계를 느끼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병원들도 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 조사결과 2014년 말 기준 국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건수는 19개국 125건으로 2010년 58건보다 115%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4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미국(35건), 몽골(12건), 베트남(6건). 아랍에미리트(5건), 카자흐스탄(4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해외진출이 무조건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00년 이후 개원 중소병원들이 전문성을 내세워 해외진출을 시도했지만 현지 제도나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 경우도 적잖다. 최근들어 인력 및 재정면에서 유리한 대학병원들이 의료수출에 선봉에 나섰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일부 대학병원들이 해외환자 유치 붐을 타고 앞다퉈 해외사무소나 진료소를 개소했지만 전략 부재로 적자를 보고 철수했다.지난 2008년 두바이에 진출한 삼성서울병원은 초기에 수익을 내지 못하자 현지 파트너와 관계가 악화되면서 결국 2010년 사업을 접은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 수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의료기술, 자본, 현지화 삼박자가 맞아야 하고 특히 현지 시장을 분석하기 위한 정보 습득과 현지 운영인력의 수급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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