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만 외치던 의협 최대집호 "현재는 의정협상에 총력"

인터뷰/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전쟁의 승리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천시(天時) 즉, 타이밍이다. 따라서 큰 목표를 위한 전쟁을 위해서는 충분한 인내와 준비가 필요하다."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40대 집행부를 이끈지도 3년차에 접어든다. 이런 가운데 '투쟁의 아이콘'으로 당선된 최대집 회장이 잠시 노선을 바꿨다. 현재 정부와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협상 과정은 거치지만 정부가 진정성과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대정부투쟁은 언제든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는입장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전문지 출입기자단은 최대집 회장과의 신년 간담회를 통해 그간의 사업과 활동, 앞으로의 추진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투쟁은 현재 유보, '대화와 협상의 길' 선택

그간 20개월의 임기 동안 최 회장은 투쟁의 수단으로 개별적인 의료현안 하나하나에 1인시위, 집회, 성명발표 등 다양한 형태로 의료계의 주장을 정부에 알려왔다. 또 지난해 여름에는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했고, 파업을 논하는 전국대표자대회까지 열었다.

그는 "이런한 방식으로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는 사즉생의 각오를 분명하게 천행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대화 재개를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지난해 12월23일 4차 협상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후 올해 1월 중으로 한 두번의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며, 최대집 회장이 공헌한 협상 기한은 1월 중순으로 정해졌다. 의협은 현재 정부측에서 가식적인 얘기나 허언을 하는 것이 아닌, 대화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 해결을 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인 총파업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은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의정협의가 재개됐다고 해서 투쟁을 하지않는 것은 아니다. 투쟁과 협상은 병행될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되는 것이며 투쟁이 없다면 협상력을 가질 수 없고, 반대로 협상이 없는 투쟁은 극단적인 결과 밖에는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협회의 주장이 국민과 언론의 관심과 공감을 얻어 증폭되고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낼때 정권 차원의 결단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현재 진행중인 대화에서 최대한 성과를 얻어내도록 노력할 것이고 동시에 할말을 하면서 의료계의 목소리는 더욱 선명하고 강하게 낼 것"이라며 "만약 정부가 의지없이 시간만 허비하려 하거나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더는 망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화합과 단결, 소통에 활성화에 더욱 힘쓸 것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정부와 의정협의라는 틀을 통해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음에도 불구, 일부는 의료계 내부 문제 등 때문에 결렬의 원인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현재 의협이 일부 산하단체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서다. 지난해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인사 기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병원의사협의회는 의협을 비판하는데 끝이 없으며, 경기도의사회 역시 비판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

최 회장은 "의료계 내에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고 직역마다 바라보는 입장들, 시각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중론을 모으기는 쉽지 않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건전한 비판은 조직을 건강하게 하는 필수 요소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산하단체들에 대한 의협의 기본적 스텐스는 당연히 경청하고 지원하며 협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 형식과 절차와 과정을 거쳐 문제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라며 "그 결론이 모든 계층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좋지만 현실은 너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의사사회 내부에서 소통을 활성화하고 의견수렴과 스킨십을 증진하는데 더욱 힘쓸 계획이다.

그는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의료계 화합과 단결을 위해 각 산하단체들도 마음과 뜻을 하나로 모아달라"며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고 고집을 부리다가 의료계 전체에 누가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 중 병원의사협의회의 비판적 행동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했다.

최 회장은 "병의협은 대화와 협의, 타협 등 일정한 의사소통의 노력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이는 산하단체로서 의무는 수행하지 않고 파괴적인 방식으로 집행부를 비판하고 있다. 인간적 도리를 무시하는 파괴적 방식의 문제제기는 집행부 뿐 아니라 전 의료계가 용납하기 어려운 문제다"고 지적했다.

◇의협 정관개정 통해 조직구조 개선도

그간 37대, 39대, 40대 의협 집행부에서 끊임없이 회장 불신임과 비대위 구성에 대한 임총이 열렸다.

최 회장은 "회원들 입장에서도 회무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고, 이런 것들이 쌓여서 임총과 비대위 구성, 회장 불신임 등 가장 높은 수위의 문제제기까지 나오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임총은 집행부가 회무를 추진하는데 상당히 장애가 된다고도 밝혔다.

최 회장은 "조직의 지배구조, 의사결정 구조 등에 대해서는 늘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언제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어느 조직이던 거기에 맞춰 변해가야 한다"며 "누가 누구를 탓하는 문제가 아닌 의협의 목적 달성과 정당학 권익, 최선의 진료환경 등을 위해 집행부와 대의원, 회원 모두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그는 조직구조의 개선을 정관개정이라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조만간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집행부, 대의원 등과 함께 공론화 시켜 구체적으로는 정관개정을 이뤄낼 생각"이라며 "정관개정은 결국 대의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많은 논의와 회의를 거칠 것이며, 시간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사전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연구된 결과를 바탕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도 정관개정 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를 거치고 최종적으로 합당하다고 결론이 내려졌을때 대의원에서 뭔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번 임총은 결과적으로 의료계 최고의 의결기구인 대의원회가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회장과 집행부로 하여금 지난 회무를 꼼꼼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앞으로의 올바른 회무 방향을 제시한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의협은 어느 한쪽에 치우침없이 합리적이면서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해나가기 위해 더 넓게, 더 많이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의협은 올해 의료계 절체절명의 목표이자 40대 집행부의 지상과제인 '한국 의료 정상화'위해 끊임없이 달려 나갈 계획이다.

우선 문재인케어가 전면 재검토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집중,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반의사불벌제 폐지와 진료거부권 보장, 독립된 면허관리기구를 통한 자율규제 및 면허관리체계 확보, 21대 총선과정에서 의료계의 정치적 역량 강화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부적으로는 이촌동 회관 신축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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