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반대"

즉각 폐기 요구, 일부 국회의원들 행동 강력히 규탄도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자·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국회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앞서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각각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에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박홍준)는 보험청구 간소화라는 미끼로 오직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법안들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사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입법의 권한을 오용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행동을 강력히 규탄했다.

서울시의사회는 30일 "민간실손보험의 청구와 보상은 사(私)보험 가입자의 계약에 의해 성립되는 것으로, 환자 진료에 매진해야 할 의료기관에 실손보험금 청구 관련 업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오히려 실손보험 청구 업무 대행으로 일어나게 될 민간보험사의 반사적 이익과 보험 소비자의 피해 가능성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보다 면밀히 검토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어 "실손보험은 근본적으로 건강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비보험 진료에 대비해 가입하는 사보험의 영역"이라며 "보험금 청구대행은 환자와 보험회사 간에 벌어지는 사적 금전관계에 대한 책임을 의사와 병원에 덮어씌우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의료계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함을 밝혔다.

이날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동석, 이하 직선제산의회)도 성명서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 가입자 편의성을 핑계로 의료기관에 청구 작업을 떠넘기는 해우이로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는 목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실손보험이 민간보험사-피보험자 간 사적 관계로 형성된 계약이라는 점, 보험 가입자의 진료기록 등 개인정보, 보험사의 이익 극대화 등 이유를 들어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을 비판했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는 "민간보험사와 피보험자 간 사적 계약을 위해 국가기관 빅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공익에 위배되고,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 전송 업무를 전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에 강제하는 보험금 청구 관련 자료에는 환자 진료내용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므로, 개인 사생활 및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민 편의라는 미명 하에 의료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보험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이필수)는 "해마다 늘어만 가는 행정업무로 인해 점점 환자를 돌볼 시간이 줄어들어 진료의 질 저하와 의료 사고를 염려할 상황에 처한 의사들에게 민간보험회사 수익성까지 챙기도록 강요당하는 처지가 한탄스럽다"고 언급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민간보험사에 공공기관이 보유한 자료를 수집 제공하는 역할을 대행해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실정.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자동차손해보험보장법에 따른 심평원의 자동차보험 심사 업무를 시행하는 과정에 큰 사회적 갈등을 겪었고 그 갈등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전남도의사회는 "이번에는 실손 보험사까지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은 국민의 혈세 낭비이자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법안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를 유출하여 의사-환자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추후 국민의 실손보험상품 가입 제한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될 수 있는 나쁜 법안인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며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남도의사회는 "만약 우리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용진 의원이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이면 2700여 전라남도 의사회원 일동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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