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근무시간 선택하는 시범사업 도입해야”

일·생활 균형 추진과 조기 퇴직 막기위해 …정규직 채용 전제

획일화된 3교대 근무에서 벗어나 근무시간과 업무 형태를 간호사가 직접 선택하는 시범사업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시간선택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 방안은‘정규직’채용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와 대한병원협회(회장 정영호)는 1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간호사 근무형태 도입 토론회’를 공동주관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김미영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이날 발표를 통해 병원의 환자군과 중증도, 근무부서 업무 특성에 따라 간호사가 직접 근무시간과 업무형태를 선택하는 시범사업 도입을 제안했다.

시범사업은 의료기관 중 간호관리료 차등제 신고기관(100~900병상 미만 364개 기관)을 대상으로 하되, 공공병원부터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성공사례를 발굴, 병원별 특성에 맞는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경력간호사의 이탈 방지 및 유휴 간호사의 복귀를 유도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근무유형에는 △단축시간제(주 40시간 미만 근무) △휴일전담제(주말 및 공휴일 근무) △2교대제(12시간씩 교대 근무) △고정근무제(야근 등 일정한 시간대 근무) △재량근무제(다른 기관에서 일하며 주 1,2회 병원 근무) 등이 있다.

김미영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도 임신, 출산, 육아 문제에 직면한 간호사가 일을 포기하지 않고, 본인의 상황에 적합한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근무형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간호사는 24시간 환자 곁에서 간호해야 하는 업무의 특수성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병원간호사회가 발표한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2019)에 따르면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는 원인으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4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본은 일찍이 근무형태 다양화를 위해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지난 2009년부터 2년간 정부 주도 시범사업으로 의료기관 내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해 신규간호사의 이·퇴직률을 12.7%에서 4.9%까지 줄였고, 전체 간호사의 이·퇴직률도 감소(8.8% → 5.7%)됐다.

다만, 시간선택제로 다양화된 근무형태를 도입을 고려할 경우‘정규직’을 전제로 채용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발제자들은 입을 모았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간선택제 근무는 정규직 근무의 한 형태로, 전일제로 근무하는 ‘정규직’과 단축시간을 선택한 ‘정규직’근로자 간 근로조건이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돼서는 안 된다”며 “차별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실무적 개선 방안을 만들고 정부가 강력하게 감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사의 지식과 경험, 적정 간호인력 확보와 유지는 전체 의료서비스 품질 수준을 유지·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며 “간호사가 개인 사정을 반영해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경력 간호사의 장기근속 촉진과 함께 의료서비스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의료기관 내 다양한 근무형태를 도입하면 간호사의 조기 이·퇴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선험국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며 “이같은 선순환이 작동될 수 있도록 국내 제도를 보완하면 유휴간호사의 재취업 및 환자안전과 직결된 경력 간호사 확보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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