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팔 통증에 유의해야 한다. 손바닥이 바닥을 향하도록 했을 때 새끼손가락 아래 팔에 위치하는 뼈를 척골(자뼈), 엄지손가락 아래 팔 뼈를 요골(노뼈)이라 부르는데 척골과 요골은 길이가 비슷할수록 이상적이라고 본다. 척골보다 요골이 긴 서양인의 경우 키엔벡 병이 발생하기 쉽고, 반대로 요골보다 척골이 긴 동양인의 경우 척골충돌증후군이 생기기 쉽다.
한국인은 해부학적으로 척골이 길어, 긴 척골이 손목뼈와 부딪혀서 통증이 생기는 척골충돌증후군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부평힘찬병원 강진우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척골충돌증후군으로 손목의 압박을 느끼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누구나 겪는 요통에 빗대어 손목의 허리 통증이라고 불릴 만큼 흔하다”며 “척골이 긴 경우 새끼손가락 아래 손목뼈가 유난히 튀어나와 보인다”고 설명했다.
걸레나 행주를 비틀어 짜거나 문고리를 돌려 열다가 아프다면 척골충돌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가스레인지를 켜거나 음료 뚜껑을 돌려 따는 등 손목을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는 동작에서도 이상을 느끼게 된다.
손목을 비틀 때 척골과 손목뼈가 가까워지면서 비정상적인 충돌이 반복되어 통증이 잇따른다. 방사선 검사로 척골과 손목뼈 간의 거리를 측정해 충돌 위험을 확인할 수 있지만 척골과 손목뼈 사이가 넓더라도 손등이 보이게 돌리는(회내전:pronation) 동작 시 충돌 가능성이 있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얼나 그라인딩 테스트(Ulnar Grinding Test)는 그라인더를 돌리듯이 손목을 회전시킬 때 통증의 유무를 확인해 척골충돌증후군 질환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긴 척골이 문제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로 척골단축술이 필요하다. 척골면이 요골면의 길이와 비슷해지도록 미리 계획한 길이만큼 척골 간부에서 잘라낸 후 금속판으로 단단히 고정시킨 뒤 추후 뼈가 붙으면 고정 기구를 제거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충돌부를 초음파로 확인하며 소량의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치료로도 통증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강진우 원장은 “척골충돌증후군 환자 중 척골단축술을 단행하는 경우는 약 10% 내외”라며 “깁스나 보호대를 사용하면서 악화를 막을 수 있는데 정확한 원인을 몰라 병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넘기다가 손목을 돌리지 못하거나 심한 통증이 생긴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갑자기 손과 팔을 많이 쓴 뒤 생기는 통증은 약 2~3주간 쉬고, 진통 소염제 같은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좋아진다. 그러나 3주 이상의 기간에도 호전되지 않으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온찜질을 지속적으로 하면 움직임이 부드러워져 손이나 손목의 기능이 좋아질 수 있는데, 통증이 있는 경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스트레칭을 한다고 과하게 손목을 꺽거나 돌리는 등 무리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보호대로 손목을 보호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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