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유효성 입증 못한 '한방난임사업' 전면 중단하라"

의사협회 연구용역 결과, 치료 후 임신율(12.5%) 자연임신율(24%)에도 못 미쳐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수가 급증하면서 의료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과 같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적은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의료정책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한방난임치료사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의료정책연구소(이하 의정연)는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분석'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방난임사업이 자연임신율에도 못 미치는 임신 성공률과 낮은 경제성을 지적하며, 지자체 차원의 한방난임사업이 한의계의 인기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한방난임사업은 2009년 대구광역시 동구보건소의 한의약 건강증진 HUB보건소 사업에서 시작해 2011년부터 경기도, 인천시, 익산시, 광주시, 부산시, 울산시, 경상북도 등으로 확대돼, 2019년에는 시행 시군구 지자체 수가 20곳으로 늘어났다.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가 양방 난임치료와 비슷한 25~30%의 성공률을 보이며 난임치료 대비 절반 수준의 치료비용임을 강조하며 홍보해왔지만, 지자체 수준의 지원에만 머물러 전국 단위로 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의계의 이 같은 주장에 의정연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4473명이 참여한 103개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을 비교 분석해 실제 한방난임치료의 성공률을 도출했다. 

그 결과 7.7개월의 사업기간 동안 한방난임치료의 임상적 임신율은 12.5%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또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한 지자체들의 자체 분석 결과, 침구치료와 약침술의 시술 여부에 따른 임신성공률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의정연은 "국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7.7개월 누적 임상적 임신율 12.5%는 외국 연구의 3회 체외수정 시술 시 누적 임상적 임신율 54.2%보다 낮았고, 국내 연구의 임신율 35.4%~50.5%보다 낮았다"며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누적임신율은 체외수정의 누적임신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7.7개월 간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율 12.5%는 동 기간 외국 문헌고찰에서 나온 원인불명 난임 환자의 임상적 자연임신율 24.6~28.7%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으로 나타나 유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의정연은 한방난임사업의 부작용 발생도 꼬집었다. 한방난임치료 중에는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따라서 의정연은 "한방난임치료를 시행하는 한의원에서는 사업대상자 및 태아의 건강보호를 위해 아무리 사소한 부작용이라 해도 기록으로 남기고, 해당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정연은 사업 전후 혈액검사 미시행의 문제와 출생아의 건강상태 미확인의 문제점을 짚었다.

한약 복용 중 간수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에 그간 지자체들은  한약의 간독성(hepatotoxicity)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한방난임치료 전후에 간기능검사 등을 비롯한 혈액검사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2018년도 한방난임사업에서는 34개 지자체 중 단 17곳(50%)만이 사업 전 후 혈액검사를 시행했고, 2곳(5.9%)은 사전 검사만, 나머지 15곳(44.1%)은 아예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2019년도에는 40개 지자체 중 사업 전후에 혈액검사를 시행한 지자체는 14곳(35%)에 지나지 않았다. 즉, 2019년도에 사업 전후 혈액검사를 시행한 지자체 수가 2018년보다 오히려 15%나 감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정연은 "출생아의 건강상태는 한방난임치료의 평가에서 제일 중요한 결과변수이다. 그러나 2019년도 사업에 참여한 40개 지자체 중 출생아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지자체는 단 10곳(25%)에 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방난임치료에 사용하는 한약에는 유산, 조산, 선천성 기형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약재를 함유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대부분의 지자체는 '자료 없음', '추적기간 경과', '확인 불가', '사업영역 아님', '2019년 한의약난임 지원사업 지원 종료 후 따로 출산 시까지 관리하지 않아 이와 관련된 자료가 없습니다'등으로 답변했다"고 비판했다. 

Vehicle Control (대조군), Largehead Atractylodes Rhizoma (백출), Chinese Dodder Seed (토사자), Himalayan Teasel Root (속단), Chinese Taxillus Twig (상기생), Milkvetch Root (황기), Chinese Angelica (당귀), Rehmannia Root (지황), Szechuan Lovage Rhizoma (천궁), Tangerine Peel (진피)

실제 의정연에 따르면 한방난임사업에 사용되고 있는 한약재 중 자연유산을 일으키는 한약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하나가 목단피다. 목단피는 모란의 뿌리껍질을 건조한 한약재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목단피를 함유한 모든 한약제제에 대해 임부 또는 임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복용하지 말라는 내용의 주의사항을 표기하도록 했다. 이는 목단피가 유산과 조산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기 때문.

의정연은 "세계보건기구가 발간한 보고서(WHO monographs on selected medicinal 
plants)에는 목단피가 유산을 유발하는 작용을 하므로 임신 중 목단피의 복용은 금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2012년 대한한의사협회의 고운맘 카드지침 중 '임신 중 한약 사용 주의사항'에도 목단피를 다량 사용 시 유산을 일으킬 수 있는 한약으로 지정했다"며 "여기에 지정된 한약은 임신 초기 4주까지는 특히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며, 태반이 완성되는 임신 16주까지는 한약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조산 위험이 있는 감초, 태아성장지표 감소, 착상 후 손실률이 증가되는 백출, 임신 1주기에 섭취를 주의해야 하는 인삼 등이 있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자체 한방난임치료가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각종 편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사업대상자가 보조생식술로 임신해도 이를 밝히지 않고 한방치료의 효과로 보고하거나, 한방난임치료 이후 최대 1년까지 임신성공 여부를 추적해 이 기간에 임신한 때도 한방치료의 임신성공에 포함시켜 한방난임치료 성공률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지자체에서 자연임신 가능성이 높은 만 38세 이하, 보조생식술 시술횟수를 3회 이내로 제한해 임신예후가 좋은 사람 위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의정연은 지자체가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할 경우 난임 부부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되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으나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자체들이 왜 유효성이 미입증된 한방난임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의정연은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지자체 의회에서 한방난임치료비 지원조례를 제정한 것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는 한방난임 치료비 지원을 통해 한의계와 주민들로부터 정치적인 지지와 인기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지자체들조차도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서울 강동구는 사업평가의 미흡한 점에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근거 수립 미비', 개선할 점에 '한방난임치료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밑받침되어 객관적인 효과 입증이 우선시되어야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정연은 "따라서 지자체들은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인 양 난임부부를 기망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치료인 경우에만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의정연은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문제도 제기했다.

의정연 연구진이 임신 중 한약 복용의 안전성에 대해 민원신청을 하자, 보건복지부는 "한약의 임산부와 태아에 대한 안전성 관련 내용은 타부처 소관 사항"이라며 해당 기관에 문의하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의정연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신청했으나, "우리 처에서는 한방의료기관의 난임 및 임신유지 치료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토하거나 인정한 바 없으며 지원을 위한 연구사업 등을 발주한 바 없음을 알려드리오니 이해 있으시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했다.

이에 의정연은 "한방난임치료에 사용하는 한약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건강보호를 위해서라도 두 부처 간에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한 후 서로 협력하는 업무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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