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식품 유통기한 설정, 자원 낭비”

업계, “비용과다, 획일적 잣대 적용은 무리"

정부가 건강기능식품 유통기한 과학화를 추진하자 관련 업체들이 자원 낭비라며 반발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업체들에게 유통기한 설정을 위한 실험과 상관관계 규명을 다 하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원료별 특성이 다른 개별인정형 제품에 대해 과학화라는 명목으로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식약청, “기능식품 과학화 일환”

식약청은 내년 건강기능식품공전 개정에 맞춰 유통기한 과학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체가 자사제품의 유통기한 설정 시 일정 절차와 방법에 따라 과학적으로 설정하고 설정사유서를 작성해 제출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은 위해방지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유통기한 설정을 위한 실험을 실시하고 실험 내용을 근거로 유통기한 설정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식약청은 “그동안 자의적인 유통기한 설정으로 인해 기능식품의 안전·품질관리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며 “새롭게 출시하는 제품에 한해 과학적인 유통기한을 적용토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능식품 유통기한 설정은 지난 2000년부터 자율화돼 제조업소에서 자율적으로 설정해 왔다. 하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선도 업체 등 특정 업체가 설정한 유통기한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에는 가속실험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기간의 3배의 기간을 유통기한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업계 “자체 가이드라인 있다”

일반적으로 시중에 유사제품이 존재할 경우에는 기존제품과 유사하게 유통기한을 설정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생산할 경우 자체적으로 설정한 안정성 실험을 기준으로 유통기한을 추정해 설정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이 원료성분, 제조공정 및 포장형태, 유사제품, 자가품질검사 등을 통해 제품의 보존성 등을 검토하고 가속시험, 열처리 온도 상승 시 반응속도 시험 등 여러 가지 시험법을 실시해 유통기한을 설정한다.

이처럼 현재 업체들이 제품 특성에 맞춰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기한 과학화라는 명목으로 다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경우 그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수행해야 하는 불합리가 존재한다는 것.

업계에서는 자율적으로 설정한 유통기한을 최종적으로 식약청에서 확인하고 있는데도 또다시 과학화라는 명목으로 실험을 유도하는 것은 이중 삼중의 부담을 업계에 지우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험 비용 최소한 7배 이상

업계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천문학적인 실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

유통기한 설정을 위해서는 가속실험, 저장실험, 의약품에 준하는 안정성테스트 등 수많은 실험을 거쳐야 하며 유통기한 설정 상관관계 규명을 위한 실험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저장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공간이 필요하고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해도 그 가이드라인에 맞추기 위해 세팅을 다시 해야 하는 부담도 존재한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실험 비용이 현재보다 최대 7배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형태의 일반식품과 달리 기능식품은 성상이 단순하고 미생물 문제도 없는데 굳이 유통기한 설정 실험을 해야 하느냐”며 “특히 원료 특성이 제품마다 다른 개별인정형 제품에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기능식품 과학화 차원에서 바람직”

대다수의 기능식품업체들이 유통기한 설정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대기업들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과학적인 부분이 강화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것.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설정해 왔던 유통기한을 이번 기회에 과학적으로 재설정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결과적으로 기능식품 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모 업체 관계자는 “유통기한 설정이 안전한 품질 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므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기능성 표현 문제를 어느 선까지 인정해주는냐 하는 문제가 당면한 문제 중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관건

신규 기능식품 유통기한 설정을 위해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기능식품의 유통기한 설정이 다 다르고 명확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

유통기간 설정 시 업체 현실과 식약청간의 갭을 줄이는 것도 숙제다.

업계는 가속실험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기간의 3배를 유통기한으로 설정하는 현행 방식이 업계 현실과 맞지 않다며 그 기간을 9배로 늘려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처럼 현실과 식약청의 인식차가 커서 그 부분에 대한 갭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관별로 분석값이 다른 점도 문제.

업계 관계자는 “안정성 시험 시 동일 샘플인데도 기관별로 분석값이 심할 때는 10%이상 차이가 나는 문제점이 있다”며 “분석값 오차를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느냐 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연주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