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도 병' 인식 전환… 전문적 관리·치료 필수로

[창간 57주년 기획1 / '비만' 잡고 '건강' 찾자]

국내 성인유병률 34.8%나… 소아·청소년 비만도 심각
심뇌혈관·근골격계 질환에 우울증 등 심리적 문제까지


10여년 후에는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과체중과 비만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비만재단은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전 세계가 비만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히 보고서는 5~19세의 비만 증가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세계 비만 인구가 지난 1975년 대비 3배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거의 10배가 증가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체중 성인 인구는 19억명(2016년 기준)이 넘고, 이 가운데 비만 인구는 1/3이 넘는 6억5000만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WHO는 비만을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유행병'으로 규정했다.

"비만 전세계로 퍼지는 유행병"

비만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질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의학협회는 지난 2013년 비만을 질병으로 선언했으며, 유럽연합도 지난해 비만을 '만성 재발성 질병'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비만도 병'이라는 인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2005년 30%를 초과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38.3%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남성 비만 유병률은 48.0%로 2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한다.

자료: 보건복지부

비만 유병률은 성별·연령별, 소득수준, 지역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여성보다 남성 유병률이 높으며, 남성은 30~50대에서 여성은 폐경 이후인 50대 이상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성인 비만인구 증가와 함께 중고등학생의 비만 유병률도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비만은 체내 지방이 정상치보다 많이 쌓인 경우를 말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더라도 지방량이 적고 근육량이 많다면 비만이 아니다. 주로 비만은 체질량지수(BMI)로 정의한다.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말하는데, 국내에서는 통상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비만은 영양소를 필요량보다 과다 섭취할 경우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체내 에너지 소비량보다 섭취량이 많은, 에너지 불균형에 의해 발생한다. 이 밖에도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은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최근에는 '마른비만'에 대한 위험도 지적되고 있다. 마른비만은 체질량지수가 정상 범위에 속하고 체형도 겉으로 보기엔 날씬하게 보이지만,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률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를 말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팔다리는 가는 반면 복부에는 과도한 지방이 쌓여있다. 건강상으로는 일반적인 비만 환자만큼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마른비만은 당뇨 발생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이 많을 경우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혈당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손실 '위험수위'

비만 인구의 증가는 전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건강상의 문제로 비만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심뇌혈관질환과 근골격계 질환 발병률을 높일뿐만 아니라 지방세포가 염증을 유발해 각종 암에도 취약하다. 이와 함께 외형적인 모습으로 인한 심리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만인 사람은 정상인보다 합병증으로 사망할 경우가 20% 정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특히 최근 급증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성인과 동일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거세다.

성인 만성질환의 원인이기도 한 비만은 이제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도 전문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수다.

비만·과체중 증가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손실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세계비만재단 보고서는 비만·과체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이 2020년 1조9600억달러에서 2035년에는 4조3200억달러로 전 세계에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 급성장세

한편 비만 인구의 증가로 인해 국내외 비만치료제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비만치료제로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를 꼽을 수 있다. 리라글루타이드 성분의 삭센다는 지난 2018년 국내에 출시돼 국내 비만치료제 선두자리에 올랐다. 노보노디스크는 삭센다에 이어 올해 '위고비'도 내놨다.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주사제 위고비는 지난달 국내에서도 허가됐다.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1757억원으로 2018년 968억원에서 4년간 81.5% 증가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도 2021년 32억달러에서 2026년 5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들어 비만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매출이 3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에 따라 화이자, 일라이릴리, 바이킹테라퓨틱스 등의 글로벌 제약사들도 속속 비만치료제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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