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환자 치료접근성 향상 위해 제도 개선 시급"

대한혈액학회, 추계학술대회 열고 학혈액암 등 난치성 질환 치료 발전 모색

혁신적인 혈액암 치료제들이 개발·출시되고 있음에도 불구, 높은 가격과 국내 급여 등재 지연 등으로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고가 항암제의 국내 도입·급여 적용이 현실에 맞게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함께 나왔다.

대한혈액학회(회장 채석래, 이사장 김석진)는 지난 15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2024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 같이 밝혔다. 

혁신적인 신약이 개발되고 있지만 약가에 대한 부담으로 접근성이 제한되어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으로, 무엇보다 최선의 진료를 두고 불분명한 잣대를 들이밀어 삭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석진 이사장은 "혈악암에 대해 기존 약보다 효과가 좋은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접근성에는 제약이 많다"며 "외국에서는 신약들이 표준 치료의 한 축으로 사용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거나 들어왔어도 보험이 되지 않아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의 입장에선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약을 쓰면 굉장히 좋은데,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벽으로 안타깝기만 하다"며 "이로 인해 환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의료진도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례로 임호영 학술이사는 "최근 킴리아에 보험급여가 가능해졌지만, 급여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에선 마지막 치료를 마치고 1~2년 이내에 재발한 경우엔 두 번째 재발, 즉 세 번째 치료 시에 사용하는 것만 보험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치료 사이에 병이 진행했거나, 반응하지 않는다는 기준 문구가 굉장히 애매 모호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평원에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은채 단지 충분히 치료하지 않아 반응이 없었었고, 그래서 급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워낙 고가의 약재이기 때문에 삭감이 발생할 경우 병원에 큰 어려움이 발생한다"며 "이에 급여 삭감을 피할 수 있는 명확한 문구를 요청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김석진 이사장은 역시 "삭감은 혈액학을 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질환을 보는 분들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의사 입장에선 환자에게 A라는 약을 반드시 써야하는 상황일 것 같고, 시기를 놓치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사용했는데,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판정이 나와버리면 진료비 전체가 삭감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병원에 큰 손해가 발생하게 되고, 진료 과정에 참여했던 의사는 굉장히 난처한 입장에 빠지게 된다"며 "암 환자를 고치려고 했던 일이 결과적으로는 병원에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게 돼, 치료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더해 이런 문제까지 감당해야하다보니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와함께 굉장히 안 좋은 상태로 입원한 환자에게 조세모세포이식을 하고 유지요법까지 해서 지금은 일상생활을 할 정도로 회복했는데, 이식 전체가 인정받지 못해서 삭감 통보를 받아 서류를 보내고 어필을 하는 일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의사로서 환자에게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이렇게 고통받아야 할 일인가라는 부분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국가적으로 필수의료를 안한다고 문제라고 하는데, 기존에 필수의료를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고통을 받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서 한국유전체학회(KOGO)와의 공동 세션을 시작으로, 급성골수성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만성골수성백혈병, 성인급성림프모구백혈병, 조직구증식증, 적혈구질환, 혈전지혈질환, 혈우병연구회 등 7개의 연구회 별 최신 연구 성과와 치료 동향을 공유했다.

이 가운데 한국유전체학회와의 공동 세션에서는 골수 노화와 클론성 조혈이라는 최신 연구 주제를 다뤘다.

연세의대 정효빈 교수와 서울의대 고영일 교수가 각각 체세포 모자이시즘과 클론성 조혈의 임상적 의미를 발표했으며, 서울의대 박현정 교수와 가톨릭의대 박실비아 교수가  조혈줄기세포 니치(niche)에 대한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또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림프구성 악성종양의 재발성/불응성 질환 치료에 대한 런천 심포지엄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성균관의대 김석진 교수가 PTCL 또는 NK/T-세포림프종을, 서울의대 홍경택 교수가 소아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울산의대 조재철 교수가 다발성골수종의 최신  치료법을 발표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고가 항암치료제 도입과 급여에 대한 정책 토론을 진행, 전북의대 임호영 교수가 임상 현장의 어려움을, 경희대 약학과 서혜선 교수가 비용효과성 평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부 김국희 부장이 평가기준과 등재과정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박희연 사무관이 앞으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김석진 이사장은 "현재의 의료계 상황이 매우 엄중하지만, 환자 치료에 대한 의학자들의 고민과 연구는 멈출 수 없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혈액질환 환자들을 위한 더 나은 치료법을 모색하고, 연구회의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