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년 의대정원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의사수급추계위원회 설치를 앞두고 '독립성, 투명성, 전문가 중심 구조, 의결권' 등 네 가지가 담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과학적 의사 수급추계 기구 설치와 증·감원 논의는 전공의 7대 요구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13일 SNS를 통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수급추계위법에 대한 대전협 비대위 입장문을 공개하고 이 같이 밝혔다.
대전협 비대위는 가장 먼저 의사 수급추계위원회는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 산하가 아닌 민간 기구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단 위원장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의사 수급 추계를 심의 의결하는 위원회를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고, 위원장 역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거나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위원회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의사수급추계위원회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기구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의사수급 추계는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민간 기구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급추계 수행도 정부 출연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담당하도록 하는 점 역시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박 위원장은 "대표적 사례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들었다. 정부 교육 언론 법조계 등 전문가 중심 이사회 구성으로 정부와 의료계 모두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급추계위원회에서도 정부는 원자료(raw data) 제공과 예산 지원 등 역할에만 집중하고 전문가 의견·결정을 존중하며 심의·의결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개입이 최소화되고 전문가 중심 독립적 운영이 보장될 때 추계가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정부 산하 기관이 아닌 독립적 민간 기구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 중심 구조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이 배제되면 불신과 갈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위원회 과반을 의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의료인 추천 위원 몫에 의협과 병협을 포함시키는 것도 부적절하다"며 "병협은 병원 경영자로 구성된 사용자 단체로, 국민 의료비 상승보단 인건비 절감을 통한 병원 이익 확대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수급 추계는 객관적이고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해 전문가 중심 독립적 위원회 운영이 필수적이며 정부 및 비전문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사용자 단체는 병원 경영 이해관계로 전문가 관점과 상충될 수 있어 사용자 단체를 제외한 전문가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의사결정 과정의 절차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록을 포함한 원자료, 연구결과, 논의과정, 정책제안 등 모든 자료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 참여 위원에겐 책임감을 부여하고, 정책 결정 과정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의결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동안 정부는 의료 전문가 제언을 무시해오며 관료주의적 방식으로 의료체계를 왜곡시켜왔다는 점에서 수급추계위 심의 결과 역시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그는 "법 체계상 의대정원 조정 결정권이 고등교육법과 교육부 소관으로 돼 있는 것도 필요하다면 개정해 의사수급추계 결과가 직접 반영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의사 수급 문제는 의료체계 근간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으로, 의료 수요와 필요, 공급에 대한 심층적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립은 대전협 일곱 가지 요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 다른 요구안에 대한 논의도 조속히 진행되길 바란다"며 "이번 논의가 하나의 정책 변화에 그치지 않고 왜곡된 의료 환경을 바로잡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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