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통증의학회, '데이트 폭력' 치료 전공의 배상 판결 반발

"의료진에 과도한 법적 책임 부과시 필수 의료 붕괴 초래" 우려

대한마취통증의학회가 데이트 폭력으로 발생한 뇌출혈 환자의 응급수술 중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광주고등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는 14일 필수 의료 보호를 위한 법적 판단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광주고등법원 제3민사부는 데이트 폭력으로 뇌경막하 출혈이 발생해 내원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와 데이트 폭력 가해자가 공동으로 손해 배상금 약 4억 4000만원 및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의료진의 과실과 폭행 가해자를 공동불법행위로 판단한 것.

마취통증의학회는 이에 대해 법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학회는 "응급 수술에서 중심정맥관 삽입과 같은 시술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행되는 의료 행위이다. 이는 일반적인 의료 행위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일반적인 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맥천자의 가능성이 3.7-12%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시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본질적으로 '환자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으며,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합병증에 대하여 의료진들은 일반적 표준에 따라 당시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했음이 밝혀졌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시술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는 동맥 천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 표준을 준수하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의료 사고라는 것이 일반적인 불법행위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법원이 공동불법행위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의료 과실은 '과실 책임'이며, 공동불법행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 인정된다"며 "응급 상황에서의 필수적인 의료 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므로, 과실과 불법행위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학회는 지적했다.

이와함께 "이번 사건의 경우도 의료 과실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를 불법행위, 특히 공동불법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따라서, 단순한 의료 과실을 공동불법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부당하며, 향후 의료진이 심각한 법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우려했다.

특히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 환자의 사망 원인이 됐고, 이에 대해 의료진과 폭행 가해자를 동일한 법적 책임 아래 놓는 것은 의료 행위의 본질을 심각하게 무시한 것이라고 학회는 비판했다.

학회는 "응급 수술에서의 시술은 필수적인 의료행위이며,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합병증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의료진이 일반적인 주의 의무를 다했다면 과실을 불법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폭행 가해자와 의료진을 동일한 법적 책임 아래 놓는 것은 의료 행위의 본질을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의료진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부과할 경우 필수 의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향후 의료사고 판례에서 의료 과실과 불법행위의 구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진이 과도한 법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적 장치 마련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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