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되찾은 대개협 "불공정한 협상 구조 반드시 개선"

지난해 8월 보험정책단 발족… 박근태 회장 "쉽지 않은 협상 예상되지만 최선 다하겠다"

3년 만에 의협으로부터 의원유형 수가협상 권한을 찾은 대개협이 지속 가능한 수가협상 제도를 만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낮은 수가 인상률과 불공정한 협상 구조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는 지난 7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2026년 수가협상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박근태 회장은 "지난해 8월 대개협은 강창원 단장, 안영진 부단장 등이 포함된 보험정책단을 발족했다"며 "지난 몇 년간 파행된 수가협상의 전철을 바로 잡기 위해, 의협으로부터 수가협상의 권한을 위임받아 2026년도 수가협상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회장

이어 "올해가 더 힘들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며 "보험정택단, 의협과 잘 상의해 올해 수가협상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의원 유형 수가협상은 대한의사협회가 맡아 진행해왔지만, 전체 의사의 대표단체인 의협의 위상 강화와 개원가의 협상은 대개협에서 맡아야한다는 여론에 따라 이필수 집행부 때부터 대개협에 위임 됐었다.

2022년도에 이어 2023년도 수가협상을 진행해온 대개협은 타 유형과 비교해 의원 유형만 대폭 낮춘 인상률 2.1%를 제시받아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위임받았던 수가협상 권한도 의협에 반납했다. 

지난해는 의협에서 맡아 진행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에게 제시한 수가 인상률은 1.6%로,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래로 역대 최저 수치였다.

특히 2025년도 수가협상에서는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병·의원 행위유형별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수가 인상분을 환산지수와 초·재진료로 쪼개어 적용하는 것으로, 수가협상 결렬 시 최종 수가 인상 1.9% 중 0.5%만을 환산지수에 일괄 적용하고, 1.4%에 해당하는 재정은 진찰료에 투입하게 됐다.

대개협 최경섭 보험이사는 "지난 2월 2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정례 보고시 정기석 이사장은 지난해 주요 추진 성과로 환산지수 최초 차등 적용을 꼽았으며, 앞으로 5월에 진행할 수가협상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며 "수가 적용을 일괄적 적용이 아닌 차등 적용함으로써 기본의료 쪽, 필수의료 쪽에 수가가 좀 더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며, 올해에는 상대가치점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보공단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으로 저평가된 의료 분야에 수가를 상향함으로써 수가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이 금액들이 상급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및 부족한 재정을 메꾸는 데 사용되기에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 이사는 현재의 수가협상에서 사용되는 SGR 모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수가를 구성하는 제일 중요한 환산지수를 산출하는 근거가 되어온 SGR 모형의 한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며 "SGR 모형은 미국에서 급증하는 진료비를 관리하기 위한 목표 예산 모형으로 도입됐지만 환산지수 삭감 신호가 지속적으로 발생, 미국 의회에서 매년 적용 유예를 위해 법안을 수정해야 했기에, 이제는 다른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모든 의료서비스 행위가 저수가인 현 우리나라 의료 구조에서는 SGR 모형은 환산지수 정체가 당연한 결과이고, 기존 SGR 모형을 개선한 새로운 모형의 도입 역시 미봉책에 불과한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다"며 "이를 극복해 보고자 하는 의료수가의 선별적 인상 역시 본질을 왜곡한 정책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수가 모델이 필요하다는 게 최 이사의 설명이다.

최 이사는 "건보공단 재정위원회에 공급자인 의료단체가 배제되어 있는 상태의 수가협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수가협상 직전까지도 재정 규모 및 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수가협상에 임하라는 것은 상대방을 협상 대상자로 인정치 않는 태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결렬되어도 건보공단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지만, 공급자인 의료계는 건보공단이 제시한 수가 이하로 정해지는 관례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다"며 "이를 객관적으로 중재할 조정위원회도 없이 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최종 결정하는 구조"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개협은 현 수가협상 구조와 방관만하는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대개협 보험정책단은 오는 22일 2026년도 수가협상 공청회를 열고, 수가협상과 관련된 다양한 시각과 문제점 및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및 보험국 등과 함께 자료조사 및 분석을 통해 원가 이하인 수가의 문제점 및 적절한 수가정책 기준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며, 건보공단, 보건복지부 등에 수가인상 요구안 제출, 관련 예산편성 요구 및 협상 진행에 나설 계획이다.

대개협 보험정책단 강창원 단장은 "올해도 건보공단에서 흔히 말하는 환산지수 쪼개기를 협상장에 가지고 나올 것으로 예상돼 역대 가장 힘든 수가협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앞으로 건보공단과 협조할 건 협조하고, 투쟁할 부분은 투쟁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회원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개협 이형민 부회장(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도 "얼마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하는 과정을 지켜봤다"며 "수가협상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협상과는 너무나 다르고, 굉장히 불공정한 게임이지만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무대포로 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가 지난 1년간 많이 고생했고, 지금도 고생하고 있지만,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은 결국은 수가에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가를 올렸어야 하는데도, 그럴 의지가 없었기에 정부가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수가 협상을 통해 정부가 얼마만큼의 해결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정말로 의료를 살릴 의지가 있다면, 그 의지에 걸맞은 적절한 대우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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