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과일 속 항산화 성분이 대장암의 전 단계인 선종 발생을 억제하는 데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채소·과일 섭취의 과학적 중요성(암 예방 효과)을 내시경 결과와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입증된 것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동국대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윤정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한소화기암연구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사람이 무엇을 먹느냐가 암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식이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암 예방, Cancer prevention through dietary and lifestyle modification)는 전국 8개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은 성인 남녀 114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임 교수팀은 이들에게 식이 섭취빈도조사(FFQ)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했다. 최종 대상자 720명 중 266명(36.9%)에서 대장암 전구 상태인 대장 선종이 확인됐다. 채소·과일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한 집단은 적게 섭취한 집단보다 대장 선종 위험이 적었다. 특히 심장에서 먼 쪽 좌측 대장 부위의 선종에서 더 뚜렷한 효과가 관찰됐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A는 당근·늙은 호박·시금치·감귤류·견과류 등 다양한 채소·과일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두 항산화 비타민은 세포 손상을 유발해 '만병의 근원'으로 통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발암 과정 억제에 기여한다.
동국대 일산병원 정주원 교수는 "세계 유명 학술지에 실린 여러 논문을 함께 분석한 메타 분석 결과에서도 채소·과일에 풍부한 항산화 성분인 베타카로틴을 많이 섭취한 집단은 적게 섭취한 집단보다 대장 선종 위험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특히 최근 50세 미만 젊은 환자에서 대장암, 선종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면 선종 발생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채소·과일 하루 평균 섭취량은 권장량인 500g에 크게 못 미치는 410g 수준이며, 특히 청년층과 1인 가구에서 결핍이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미국암학회·세계암연구기금 등도 암 예방을 위해 하루 400~500g 이상의 채소·과일 섭취를 지속해서 권고하고 있다.
임 교수는 "매일 신선한 채소·과일을 풍부하게 먹는 식문화, 치유 음식, 사찰 음식에 관해 관심을 가져 볼 만하고 이를 현대인이 챙기기 어렵다면, 영양소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착즙 주스를 통해 섭취량을 채우는 것도 접근성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온에서 천천히 추출한 착즙 주스는 비타민 C·수용성 식이섬유·파이토케미컬 등 항산화 성분을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어 아침 한 끼 대용으로도 좋다.
대장암은 식생활·생활습관과 관련이 높은 암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하루 세 가지 이상의 다양한 채소·과일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강력한 암 예방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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