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들이 정부의 한의약 건강돌봄사업 확대 추진에 강력 반발,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한의약 건강돌봄사업 확대 추진에 깊이 우려하고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보건복지부가 지난 22일 '2025년 제1차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에서 올해 시행계획을 확정하고, 한의약을 기반으로 한 지역사회 건강돌봄사업 확대와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데 의견을 낸 것이다.
내과의사회는 정부가 제4차 및 제5차 한의약 육성발전 종합계획을 통해 만성질환과 노인 환자의 건강돌봄에 한의학을 주요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는, 의료행위가 반드시 따라야 할 핵심 원칙인 '과학적 근거 기반 치료'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현재까지 한의학은 그 치료 효과의 객관성, 재현성, 국제적 인정에 있어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만성질환과 같이 지속적이고 복합적인 의료 관리가 필요한 분야에서 무리하게 적용될 경우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의학의 강점이 노인·만성질환 관리에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현재 시범사업 격으로 진행되는 건강돌봄사업의 결과가 아직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앞선 판단이라고 의사회는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시범사업의 정확한 현황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평가를 통해 한의학적 관리가 실제로 과학적,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부터 명확히 검증해야 하며, 이를 통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평가 없이 정책의 방향을 확정짓는 것은 국민 건강에 대한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것.
내과의사회는 한의사의 일차의료 참여 역시 의료 면허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라며 반대했다.
내과의사회는 "의사는 의과대학에서 철저한 교육과 엄격한 임상 수련을 거쳐, 과학적이고 현대의학적 접근을 통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수행하는 의료전문가"라며 "만성질환 관리와 노인의료는 복합적인 질환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다양한 치료 전략을 통합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문성과 다학제적 협력이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영역에 한의사가 독자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환자에게 필요한 적절한 시점의 현대의학적 진료를 지연시키고, 치료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의료-요양 협력체계를 통해 침, 뜸, 부항 등의 한의학적 치료를 장기요양센터에 도입하겠다는 것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국민 세금의 비효율적 사용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무의촌 등 의료 취약지에 의학적 교육과 수련이 충분치 않은 한의사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질타했다.
의료 취약지역에 임시방편으로 한의사를 투입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심각히 훼손할 수 있으며, 이는 전문적인 의사 인력을 배치하고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것이 본질적 해결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내과의사회는 "정부는 의료정책 수립에 있어 특정 직역의 확대보다 객관적이고 엄격한 과학적 검증을 먼저 시행하고,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추진해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와 치료 효과 입증이 부족한 한의약에 대해서도 동일한 가치 평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건강관리 사업에서, 의과 진료에 적용되는 근거 기반 평가가 아닌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가치'를 근거로 한 정책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분명히 답해야 할 것"이라며 "복지부의 무책임한 한의약 건강돌봄사업 확대 발표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며, 의료정책 수립에 있어 의료계와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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