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주변이 붓고 아프고 종기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질환은 항문 농양이다. 항문 내부에는 원활한 배변을 위해 점액질을 분비하는 항문샘(선)이 존재하는데, 이 항문샘이 세균에 감염돼 염증이 생기고 곪으면서 농양이 만들어지는 질환이 항문 농양이다. 고름이 쌓여 고름 주머니가 만들어지고 결국 터져 흘러나오게 된다.
항문 농양은 항문 주위에 단단하게 만져지는 덩어리가 있거나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가 있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발적이나 부기가 나타나고 열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 고름이 배출되면 통증은 호전이 되지만 재발하기 쉽다. 대부분 세균 감염이 원인이지만,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 질환, 결핵 등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은평 서울장문외과 송호석 대표원장(외과 전문의)은 "항문 농양은 배농 수술로 고름을 배출하고, 항생제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가 필요하다. 방치하면 치루라는 치질 종류로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루는 항문 속 고름주머니에서 항문주위 피부로 이어지는 통로인 치루관, 누공이 만들어지고 고름이 흘러나오는 질환이다. 항문 주위에 종기가 생기는 듯한 증상, 혹이나 심이 박힌 듯한 느낌이 들고, 만지면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고름이 흘러나오면 악취를 유발하면서 일상에도 큰 불편이 생긴다.
항문농양과 치루는 다른 질환이지만, 항문주위농양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다 치루관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항문 농양이 의심될 때 바로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치루는 자연 회복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수술적인 치료가 불가피하다. 방치하면 여러 개의 누공이 생기는 '복잡치루'가 될 수 있다.
복잡치루는 수술도 까다롭고, 수술 후 재발도 흔하다. 단순치루인 경우 수술 시 괄약근 손상이 거의 없지만, 복합치루나 고위 치루인 경우 수술이 더 복잡해 괄약근 손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 자칫 변실금 등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어 고난도 수술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요구된다.
송호석 원장은 "항문 농양과 치루로 인한 증상을 단순 항문 종기나 항문 피지낭종, 화농성 한선염, 모소낭, 곤지름 같은 질환 증상과 혼동하고 방치하기도 한다"며 "항문에 통증, 부종, 뾰루지, 단단해지는 느낌 등 염증과 농양이 의심되는 상태일 때 바로 대장항문 전문의 진단을 시도하고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항문농양이나 치루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항문에 땀, 습도로 더 발생하기도 쉽고, 증상도 나빠지기 쉽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기온이 더 올라가기 전에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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