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현대사회에서 풍요를 느낄 수 없고, 질 좋은 삶을 누릴 수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모른다. 보통 질병이라 함은 괴롭고 고통스러움을 말한다. 그렇지만 괴로움을 본인은 느끼지 못하고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함으로써 상대방이 나에게 가해지는 행동 때문에 어떤 고통이나 불편함이 생겼다면 문제가 어려워진다. 이번 제19회 학술대회 주제인 환경호르몬에 의한 질병이 아닌 환경에 해당되는 사례를 발표하고자 한다. 어떤 환경에 의해서 호르몬 이상으로 질병이 발생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발표하는 사례는 선천적인 체형에 근거를 두고 환경의 영향을 받아 나타났다고 보는 사례이다. 2.임상사례 이○○(여·45) 회원의 소개로 방문한 이모 씨는 서금요법이라는 학문을 인정하고 왔다기보다는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심기를 건드리는 질문뿐이었다. 목적이 뭐냐고 묻자 잠을 잘 자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수면제·안정제 등 신경정신과 약을 먹고 있지만 계속 약을 먹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 했다. 왜 약을 계속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느냐 물으니 남편이 의사라는 것이다. 불면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인 방법으로 간·비 위주로 3~4일 처방을 했는데 연락도 없이 오지를 않았다. 대략 2주 정도 지났을 때 이상한 괴성을 지르는 여자 음성이 계단을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문을 잠글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동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자는 불면 때문에 치료를 받고 싶다던 이씨 였다. 뒤를 이어 친정어머니, 조카, 손위 동서가 동행했다. 사과를 깎아 플라스틱통에 담아 옆구리에 끼고 “나는 먹어야 산다”며 먹어대는 딸을 보며 친정어머니는 “무슨 저런 병이 있느냐”며 병원에서 벌어졌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단순한 불면증이라며 왔을 때와는 너무 많이 달랐다. 잠 못 자고 몸이 허약한 것 같아 H종합병원에 갔는데 무슨 주사인지 주사를 맞고 난 후 불안해 하면서 “나는 수지침 선생님한테 가야 하는데”를 반복하니까 또 다른 주사를 맞고 혀에 경련이 일어나 혀를 길게 내밀고 흔들면서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며 소란을 피워 퇴원해서 오는 길이라 했다. 두렵고 당황스러웠지만 안쓰럽기도 해 안심을 시키고 꼼꼼히 진단에 들어갔다. 운기체형 : 우 토금태과, 우 토화불급 맥박수: 90박 이상 복진 : 좌 대장점, 우 비·췌장점, 삼초점·소장점 압통 음양맥진 : 우 부돌2성조맥, 좌 부돌3성조맥 며칠 다니면서 치료하는 동안 여러 가지 증상을 들을 수 있었다. 결혼 초에는 임신이 안돼 걱정이었고, 임신을 하고 나서도 유산을 몇 차례 한 뒤에야 어렵게 두 아이를 얻었다. 신경을 쓰거나 피곤하다 싶으면 방광염·질염으로 산부인과를 자주 다니다 보니 산부인과 의사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1년 전에는 유방암으로 한쪽 유방을 절제했고, 환청에 신경정신과 치료는 지속적으로 받고 있었다. 그 밖에도 발가락이 자주 엉키면서 포개져 불편하고 걸음을 걸으면 발바닥이 땅에 닿는 것 같지 않아 떠다니는 느낌이며, 편안하게 있다가도 갑자기 혀가 말려 본인의 의지로는 조절이 안 된다고 했다. 또 본인이 불편증상이라고 말은 안 했지만 입가에 침이 고여 흘러내릴 정도로 윗입술은 건조해져 각질이 일어나 있었다. 침이 고여 흘러내리는 것을 못 느끼느냐고 물으니 어려서부터 그랬기 때문에 그러려니 한다면서 침이 많은 것은 건강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화 도중에도 대화와 상관없는 생각이 떠오르면 불쑥불쑥 생각나는 대로 내뱉기도 했다. 상담한 신경정신과 의사에게 “나는 왜 이렇게 건강치 못하느냐, 잘 먹고 소화도 잘 되는데 원인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전환장애(conversion disorder)라는 병명을 붙여 준 것이다. 정신과 의사 소견으로 진단받은 전환장애라는 병명이 의사인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는 황당하고 자존심을 건드리게 됐다. 시어머니는 내 아들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남편은 시어머니의 의견에 동감이라는 뜻을 내비치면서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으니 침을 맞아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치방에 있어서 삼일체형과 맥진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주 치방이 우측에는 심승방·방광열방·간정방이었고, 좌측에는 위열방·비정방·담정방을 음양맥진과 상합전병에 맞추었으며, 수지음식은 방광열·위열에 맞춰 토신왕식과 지왕식을 먹도록 했다. 2개월 정도 지났을 때 잠도 잘 잘 수 있고, 그 밖의 자각증상들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했지만 방광승·위승맥은 계속됐고, 몸이 안 좋은 것 같다는 날은 어김없이 삭맥이 나타났다. 4개월 쯤 돼서는 음양맥상도 맥박수도 모두 정상이 됐고, 자각증상도 거의 없고, 이상한 행동도 하지 않으니 남편은 서금요법을 10년만 치료받으라고 농담까지 했다고 한다. 오래된 고질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불안하기는 했지만 계속 치료를 할 것인지는 본인의 의사에 맡겼다. 이후 구정 연휴가 끝나고 어느 날 전화로 들려오는 불안하고 다급한 음성은 이씨였다. 구정 연휴 때 시댁과의 갈등으로 불안해지더니 혀에 경련증이 또 일어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지회를 방문해 맥을 보니 방광승·위승맥에 삭맥이었다. 수지음식을 열심히 먹고 서암뜸을 많이 뜨도록 했다. 집안 분위기가 심각해 불안하니 다시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것이다. 치료를 받는 것도 좋지만 주변 환경의 영향이 큰 것 같으니 신앙을 가져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권했다. 본인은 원래 기독교인데 시댁은 불교로 종교에서 갈등의 골이 깊다고 했다. 진정한 신앙생활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치방을 심포·삼초·신장·방광·비장·위장 중심으로 관리를 하면서 신경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라고 했다. 3. 결론 선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데다 시댁과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신장[水]을 말려 방광염·질염을 일으키고, 운기체형에 나타나는 비허·소장승이 위열로 발전해 전환장애라는 이상한 행동과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한다. 어떤 환경이 체질과 맞아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증상일 뿐인데 전환장애라는 병명이 시댁과 남편과 본인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절망을 주는 병명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환장애(conversion disorder)는 신체형 장애(somatoform disorders) 중 하나로서 생체조직의 이상은 발견되지는 않으나 신체적으로 이상을 보이는 것을 포함한다. 일반적인 신체적 이상으로는 신체마비, 근육장애, 감각마비, 시각장애, 발작 등의 신경계통 증상들을 포함한다. 이 장애를 일으키는 심리적 요인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우선으로 일차이익(primary gain) 즉, 외상을 일으키는 사건을 목격했을 때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것처럼 인지로부터 오는 근원적인 갈등을 회피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로는 이득(secondary gain)으로 동정심을 이끌어 내거나 달갑지 않은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구실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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